코스피가 월간 단위로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8개월간 상승 랠리를 마감하고 7월 하락세로 돌아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정점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때리기'로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시가 조정을 받자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 매수로 대응했다. 8개월 랠리가 지속되는 동안 지수가 꺾일 것을 기대하고 매수한 '곱버스'라 불리는 코덱스(KODEX)200선물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거 팔았다.
반면 외국인은 한 달간 5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고, 상대적으로 순매도량이 적었던 기관은 개인이 판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ETF를 주워 담았다.
‘델타 변이’에 울고 웃은 7월 코스피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6월 종가 대비 2.86% 하락한 3202.32에 거래를 마쳤다.
월초인 7월6일에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기대감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305.21)를 찍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가장 심했던 작년 2분기와 비교해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가 증시를 덮쳐 이튿날(7월7일)부터 사흘 동안 87.26포인트가 빠졌다. 이 기간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한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복성 보안 관련 제재를 가한 점도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게 했다.
이후에도 델타 변이와 중국의 자국 기업 때리기는 증시에 계속 영향을 줬다.
델타 변이의 경우 ▲유동성 관점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경제 회복이 늦어지면 미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가 쉽사리 긴축에 나서지 못할 것 ▲델타 변이가 전염력은 강하지만 치명력은 상대적으로 약해 경기 회복세를 꺾지 못할 것 등의 논리는 증시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기업들 실적이 발표되자 경기 점정 우려가 되살아났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영업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발표하고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으로 내놨지만 오히려 주가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월 초 3250을 돌파한 뒤 7개월째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시장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그 근원에는 경기·기업 사이클의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올해 1월11일 장중 3266.23을 찍고 조정 받은 뒤 6월16일이 돼서야 직전 장중 고점을 돌파했다.
7월 하순에 접어들어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시장 규제 방안 발표로 온라인 교육업체를 비롯한 테크 기업들 주가가 급락하며 또 다시 코스피를 찍어 눌렀다.
9개월 만에 맞은 하락장은 한 달 동안 5조1093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운 외국인이 주도했다. 기관도 2조7546억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이 홀로 7조8561억원어치를 샀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기관은 하락에, 개인은 반등에 베팅특히 기관은 외국인에 비해 현물 주식 순매도 규모는 적었지만,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ETF에 집중 투자했다.
지난 한 달간 기관의 순매수 규모 1위 종목은 코덱스200선물 인버스2X였다. 이 ETF에 투자하면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한 비율의 2배로 수익을 내고 오르면 2배로 손실을 입는다. 특히 기관은 코스피 등락률의 반대로 수익을 얻는 코덱스 인버스 ETF도 7월 한 달간 818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코덱스200선물 인버스2X와 코덱스 인버스를 각각 4158억원어치와 861억원어치 팔았다. 대신 코스피 상승률의 두 배로 수익을 얻는 코덱스 레버리지를 3004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기관은 지수 흐름에 순응하는 모습을, 개인은 반대에 베팅하는 모습을 각각 보였다. 기관이 코덱스200선물 인버스2X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기간은 주간 단위로 코스피가 직전 주 대비 각각 1.94%와 1.60% 하락한 7월 둘째주(5~9일)와 마지막주(26~30일)였다. 같은 기간 개인의 순매도 상위에는 코덱스200선물 인버스가, 순매수 상위에는 코덱스 레버리지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여름에 조정 받고 이후 주도주가 모습 드러낼 것”외국인 수급은 기관의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에서 22조원을 순매도했는데, 7월에만 5조원에 달하는 물량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며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 수급 앞에서 맥을 못 췄다는 걸 감안하면 분명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순매도가 가속화된 배경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2분기만 해도 환율은 달러당 1110~1130원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 순매도 압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기관의 하락 전망이 들어맞겠지만, 좀 더 긴 호흡으로는 개인이 베팅한 상승 추세의 지속이 전망됐다.
김대준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세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기업 규제에 따른 자금유출로 인한 위안화 약세를 근거로 "원·달러 환율이 이전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어 외국인의 순매도 압력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택 연구원도 "2분기가 펀더멘털 지표의 정점이었다. 과거 경기와 실적이 꺾인 이후엔 증시가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걸 투자자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름엔 조정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여름의 조정은) 하락장의 시작이 아니라 강세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과거 두 번의 강력했던 대세 상승장에서도 200일선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한 경험은 없고, 이러한 이격 조정은 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의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며 "여름이 지난 이후엔 업종 순환매가 일단락 되고 주도주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