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에 日맥주보다 수제맥주…맥주 수입 5년만에 '최저'

입력 2021-08-02 09:41
수정 2021-08-02 09:49

올해 상반기 수입맥주 수입액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맥주 시장 강자 일본맥주가 일본산 불매운동인 ‘노 재팬(No Japan)’ 이후 맥을 못 춘 여파다. 유통업계에선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편의점 업계가 주도한 '콜라보(협업) 수제맥주'가 채웠다고 분석했다.

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맥주 수입액은 1억647만달러(약 1226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액은 상반기 기준 2016년(7941만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올해 상반기 국가별 수입 맥주 원산지는 네덜란드가 12만2800t(1억647억달러)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2만7948t·2192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일본(3854t·220만달러)은 10위에 그쳐 지난해 연간 순위(9위)보다 한계단 더 밀렸다.

일본 맥주의 수입액 급감은 2019년 여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에서 시작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결과다. 일본은 2018년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8만6675t·783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에는 연간 2위(4만7330t·3975만달러)로 밀렸고, 올해는 10위로 수직낙하했다.

월간으로는 더욱 낙폭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 직전인 2019년 6월 9462t에 달했던 일본 맥주 수입량은 같은해 9월에는 4t까지 추락했다. 수입액 역시 2019년 9월 6000달러로 바닥을 찍었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국산 수제 맥주 시장으로 꼽힌다. 주세법 개정으로 소매채널이 확대됐고, 편의점 업계에서 다양한 브랜드와 손잡고 '콜라보 수제맥주'를 밀기 시작하면서 관련 수요가 폭증했다. 펀슈머 성격이 짙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겨냥해 출시된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가 전체 시장의 판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96억원으로 전년(800억원) 대비 37% 급증했다. 2017년 시장 규모가 436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에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성장을 이끝 것은 편의점이다. 지난해 주요 편의점에서 수제맥주 매출은 급증했다. CU에서는 전년 대비 498% 뛰었고, GS25가 445%, 세븐일레븐이 550%, 이마트24가 210% 증가했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지난달 27일 기준) 해당 편의점 수제맥주 매출은 207.7%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각 편의점들은 사실상 자체브랜드(PB)제품인 수제맥주를 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집콕족'이 늘어 편의점이 주요 맥주 구입처로 떠오른데다 주류 규제 완화로 인기 있는 수제맥주 대량 공급이 가능해진 결과다. 앞서 CU가 선보인 콜라보 맥주 '곰표 밀맥주'의 경우 해당 편의점 맥주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흥행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선임 상품기획자(MD)는 “주세법 개정과 홈술 트렌드로 편의점 수제맥주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