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취약지를 공략하기 위해 전국 순회에 나섰다. 이 지사는 ‘백제 발언’ 여파로 급락한 호남 지지율을 수습하기 위해 전라북도를 찾았다. 이 전 대표는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 10%대에 불과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경기·인천 민심 얻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1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 세력의 본산은 전라도이고, 전라도가 없다면 민주당은 존재하기 어렵다”며 “과거 한반도의 식량을 책임지던 전라도가 앞으로 국가의 미래산업과 먹거리산업을 책임지도록 국가 단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우리 역사에서 백제 이쪽(호남)이 주체적으로 한반도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다”는 이른바 ‘백제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 지사 캠프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전국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 전 대표를 칭찬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은 호남 지역에서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20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 지사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32.2%였다. 이 전 대표(30.7%)를 앞섰지만 2주 전 실시한 조사(43.7%)에서 11.5%포인트 급락하며 백제 발언의 여파를 드러냈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40%가량이 호남 지역에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선을 앞둔 이 지사에겐 호남 민심 회복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는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전날 인천 영종도에서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인천에서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리얼미터 조사에서 16.0% 지지율로 이 지사(25.5%)와 양강 구도를 공고히 했지만 인천·경기 지역 지지율은 15.3%로 이 지사(30.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전 대표가 수도권 공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경기남·북도 분도론’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 의정부 방문 당시 “경기북도가 새로 설치되면 강원도와 함께 평화경제를 위한 메가시티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SNS를 통해 “각종 규제와 남부 지역 위주의 행정으로 이 지사는 경기 북부 시민에게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도 했다.
이 지사 측은 경기도를 분도하면 남·북부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이자 경기 북부에 속한 고양시병이 지역구인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경기 북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경기도를 분리하면 도 예산이 남부에 집중돼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며 “경기북도가 된다고 해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군사시설보호법 등 규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