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등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하며 대표적 1세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강신옥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936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재학 중 고등고시 행정과(10회)·사법과(11회)에 합격해 1962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으나 1년 만에 법복을 벗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와 1967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맡았다.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 공판에서는 검찰 구형에 대해 “사법살인 행위”라며 격렬한 변론을 펼치다 법정모욕죄 혐의로 체포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대통령 특별조치로 석방됐다. 1979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아 사형 직전까지 독대하기도 했다.
고인은 198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전신 격인 정법회를 만들어 인권 변론 활동을 이어가다 1988년 정계에 진출해 통일민주당 인권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창당기획단장’을 맡았다가 이듬해 정계에서 은퇴했다.
유족으로는 강한승 쿠팡 대표, 강동승 연세힐피부과 원장, 강정은 씨, 홍윤오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10분.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