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암초' 조선주"…증권사 "조정을 매수 기회로"

입력 2021-08-01 17:09
수정 2021-08-09 16:15
장기 불황을 겪었던 조선주에 희망이 깃든 것은 올해 2월이다. 해운업 호황으로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3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선박에 쓰이는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5월부터 급락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고점 대비 13~20% 하락지난달 30일 한국조선해양은 3.33% 내린 1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월 11일 고점(52주 기준) 대비 20.2% 떨어졌다. 대우조선해양도 이날 2.84% 하락했다. 52주 최고가 대비 20% 하락해 연초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최고가 대비 13.6% 떨어졌다.

하락세를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최근 3개월(5월 3일~7월 30일)간 한국조선해양을 각각 1167억원, 219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무상감자를 앞두고 오는 9일까지 거래정지되는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초부터 지난달 22일까지 각각 875억원, 23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회복하던 주가가 급락한 것은 후판가 인상 때문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데 조선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하반기 국내 조선용 후판가는 연초보다 60% 오른 t당 115만원으로 전망된다. 원료가 되는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후판가를 끌어올렸다. 2분기 줄줄이 어닝쇼크우려를 더 키운 것은 2분기 실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급등하는 후판가를 손실충당금으로 미리 반영한 영향이다. 시장 전망치인 1307억원의 손실을 일곱 배 가까이 웃도는 ‘어닝쇼크’였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30일 4379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부진이 조선업 장기 사이클 개선에 대한 의심을 유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조선사가 아직 적자 혹은 저가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조선업의 회복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조선사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고, 비용 인상분도 선가에 전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조선사는 7월 말까지 연간 목표의 91%인 289억6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일감을 확보한 만큼 선가가 크게 오를 여지가 높아 후판가격 급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어떤 조선주 사야 하나전문가들은 3분기를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4분기부터는 후판가 인상분을 선가에 전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5월 이후 주가가 조정받아 가격 메리트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영수 연구원은 “최근 조정으로 조선주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고 했다. 내년 실적을 선반영한다면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1.5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동시에 본질 가치인 PBR 1배 수준에서 주가가 지지될 것이라고 한화투자증권은 전망했다. 12개월 선행 기준 조선주 PBR은 한국조선해양이 0.9배, 대우조선해양이 0.99배 수준이다.

신영증권은 조선업 최선호주로 한국조선해양을, 차선호주로 현대미포조선을 제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신규 수주량 증가, 선가 상승,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감안하면 적극 매수 구간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미포조선, 메리츠증권은 대우조선해양을 톱픽으로 꼽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