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월간 단위로 8개월간의 상승랠리를 마치고 지난달 하락마감한 직후인 이번주에도 경기 고점(peak out)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점이 고점 우려에 힘을 실었다. 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때리기는 아시아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다만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전환될 우려를 줄였고, 기업들의 재고 역시 충분히 쌓이지 않아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회복세 고점 우려에 8개월 상승랠리 마친 코스피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는 직전 주말 대비 52.1포인트(1.60%) 하락한 3202.3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코스피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었다. 일주일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42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도 698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이 홀로 3조797억원 어치를 샀다.
코스피는 주초 중국 당국이 사교육 시장에 대한 강한 규제를 발표한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중반에는 중국 당국의 증시 달래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의지가 드러난 미 FOMC 결과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요일에는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6.5%로 시장 기대치인 8.4%를 크게 밑돈 영향에 3200선을 겨우 지키며 7월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월간 기준으로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동안 상승랠리를 마쳤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는 뚜렷한 주도주 없이 업종 간 순환매 장세를 지속 중”이라며 “52주 신고가 종목 비율도 고점 대비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지수 전반의 활력이 둔화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금리 하락이 촉발한 경기 정점 우려가 코스피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연 1.459%(이하 종가 기준)였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달 19일엔 1.199%까지 하락했다가 30일 1.226%로 마감했다.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가 일었던 지난 3월31일에는 1.744%까지 치솟았다가 넉달여만에 0.518%포인트가 빠졌다.
보통 장기금리의 추이는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대상이 장기 채권과 주택저당채권(MBS)이기 때문에 테이퍼링 공포가 고조됐을 때는 장기금리가 치솟는 게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테이퍼링 공포가 잦아든 뒤 다시 장기금리가 경기 선행 지표로 받아들여지며 경기 고점 우려를 키웠다. “외국인 수급 전망 여전히 부정적…종목장 대응 필요”경기 고점 우려 속에서 코스피는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3200~3320으로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 요인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재확인, 긍정적인 2분기 실적을 꼽았다. 하락 요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중국의 인터넷 기업 규제 우려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 중심의 경기 호조는 지속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3분기 이후 한국 기업실적의 피크아웃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두고 종목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지 장기 실적 전망이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 차원에서 테마가 형성될 수 있는 주식들을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이 한국 기업들의 실적 회복 구간을 늘려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기 되면서 공산품 소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공급 측 제약이 기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노동력을 포함한 다양한 생산요소 투입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확진자 급증은 여행과 같은 서비스 수요를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상품을 더 많이 사는 소비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 구간에도 다수의 공산품은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생산돼야 할 것”이라며 “중간재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경제는 충분히 긍정적인 모멘텀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수급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은 지난 6월 이후 IT업종을 중심으로 정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매) 동향이 국내 주식시장의 해외 유동성 수급을 좌우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통한 수급구조 개선 시점은 당분간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