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사브르팀이 올림픽에서 따낸 첫번째 메달이다.
김지연(33), 윤지수(28), 최수연(31), 서지연(28)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45-42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 펜싱은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첫 메달을 수확했다.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올림픽에 도입됐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빠졌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이번에 열렸다. 베이징 대회에서는 한국이 출전하지 않았고 리우대회에는 김지연, 서지연, 윤지수, 황선아가 출전해 8강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한 뒤 최종 5위에 올랐다. 이번엔 최초로 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이날 8강전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45-40으로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하지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26-45로 완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ROC는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번 대회 개인전 금·은메달리스트인 소피야 포즈드니아코바, 소피야 벨리카야가 속해있다.
동메달 결정전에는 기존 주전 최수연이 어깨통증을 호소하면서 서지연이 투입됐다. 초반부터 근소하게 밀리던 한국은 5번째 경기에서 김지연이 미켈라 바티스톤에게 눌리며 15-25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하지만 윤지수가 올라오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로셀라 그레고리오를 무서운 기세로 몰아붙이며 26-30으로 순식간에 점수차를 좁혔다. 이어 서지연이 특유의 간결한 공격을 연이어 적중시키며 33-32로 전세를 뒤집었다.
윤지수가 8번째 경기에서 2점차 리드를 만들어냈고 마지막에 나선 에이스 김지연이 앞선 경기의 부진을 씻어내는 깔끔한 마무리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동메달 획득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단체전에서 출전권을 따낸 4개 종목에서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27일 여자 에페 대표팀이 9년 만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8일엔 남자 사브르 팀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30일엔 남자 에페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한 데 이어 마지막 종목인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1일 열리는 남자 플뢰레에는 한국이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해 한국 펜싱은 이 대회로 이번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