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씨(30)는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있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 이곳 저녁 코스 가격은 1인당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 결혼 기념일엔 집에서 밍글스를 즐겼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1만2500원짜리 밍글스 밀키트 ‘대게장 새우 먹물 파스타’로 프러포즈 날의 추억을 남편과 함께했다.
음식은 더 이상 단순한 영양 섭취의 수단이 아니다. 음식은 이제 경험이자 콘텐츠다. 에너지원이 총체적 경험이자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화려한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밀키트를 통해 재소비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하고 소통한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미쉐린 레스토랑이나 유명 셰프, 호텔 등은 이마트 등 대형마트, 마켓컬리 등 온라인 마켓과 협업해 다양한 밀키트와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작년 8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도우룸’과 협업해 ‘피코크X도우룸 까르보나라’ 밀키트를 내놨다. 프레시지는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높은 63빌딩 파빌리온과 협업해 ‘파빌리온 양갈비 스테이크 쿠킹박스’를 선보였다.
식문화 발달로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제품도 세분화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으로까지 번졌다. 신선식품의 품종을 따져보고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딸기, 포도 등 과일이다. 소셜미디어엔 그냥 딸기가 아니라 ‘장희’ ‘죽향’ ‘설향’ 등 다양한 품종의 딸기를 먹는 사진과 후기가 올라온다. 온·오프라인 마켓에선 ‘고시히카리’ ‘골든퀸 3호’ 등의 쌀 품종을 판매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0㎏, 5㎏ 등 용량에 맞춰 쌀을 사기보다 품종을 보고 사는 소비자가 늘면서 쌀의 가격대가 다양해졌다”며 “부가가치가 낮은 일상재에 머물던 쌀, 과일, 채소 등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