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인데 결혼식 와달라 조르는 친구 어쩌죠"

입력 2021-07-31 17:32
수정 2021-07-31 17:33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수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도권이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 데 이어 비수도권도 속속 3~4단계로 격상하며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이에 다중이용시설을 비롯한 사적 모임, 종교 활동 등에 인원수 제한이 걸리면서 대규모 대중음악 콘서트는 줄줄이 개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5인 이상이 모이는 사적 모임도 불가해졌다.

그 가운데 경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따르면 결혼식 및 장례식은 친족과 관계없이 49인까지만 허용한다. 특히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결혼 준비를 모두 마친 예비 부부들의 경우 다른 선택지 없이 '스몰웨딩'을 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확산 우려가 크다 보니 초대를 받은 사람 또한 고민이 되긴 마찬가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 참석이 망설여진다는 글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시국에 결혼식에 와달라는 친구 때문에 속상하다"며 사연을 공개한 네티즌 A씨는 "우리 지역은 거리두기 4단계라서 결혼식에 49명만 참석할 수 있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있어서 난 당연히 못 갈 거라 생각해 선물이나 축의금을 무리해서라도 더 챙겨주려고 했다. 그런데 친구가 자신의 친동생이라 속이고 꼭 참석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A씨는 "20년 지기 절친이긴 하지만 당혹스러웠다. 속였다가 괜한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되기도 했다"면서 "결국 '미안하지만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친구는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제일 친한 친구가 어떻게든 와주는 게 맞지 않냐면서 계속 조른다"며 곤란해했다.

A씨의 말대로 당초 기존 거리두기 체계에서는 4단계 상황에서 결혼식·장례식은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허용했다. 이 경우 A씨가 친동생이라고 속이고 결혼식장에 가는 것은 방역지침 위반이 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불편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정부는 최근 '친족 여부와 관계없이'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결혼식장 분위기도 급격히 바뀌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축가를 부르는가 하면, 중계 모니터로 식을 관람하고, 식사를 하지 않고 재빨리 자리를 뜨는 이들도 많다.

최근 지인의 결혼식을 다녀온 유모(30)양은 "신랑·신부에게는 미안했지만 집에 어린 조카가 있어서 식장에 오래 머무르는 게 불안하더라. 최대한 빨리 축의금만 내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김모(32)양은 "신부대기실에서 사진 찍는 중간에 마스크를 잠깐 내리라고 하더라. 요즘 경조사에 참석하면 회사에 따로 공유를 해야 하는데 이것까지 말해야 하는 건가 싶어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총 300명(남 150명, 여 15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결혼식 참석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남녀 56%는 '청첩장을 받았다고 해서 결혼식에 모두 참석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결혼식 참석 여부, 청첩장을 받았을 때 느끼는 부담감 등에 코로나19 상황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결혼식 참석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준으로 '친밀도'(79.7%)에 이어 '코로나19 확진자 상황'(7.3%)이 2위를 차지했다. 청첩장을 받고 부담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무려 97%에 달했는데, 그 이유로는 '관계의 애매모호함'(51.3%)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17.3%)이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