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거기서 왜 나와'…10년 전엔 상상 못한 일 벌어졌다

입력 2021-07-30 15:04
수정 2021-07-30 15:41

지난 28일 네이버쇼핑 '한큐쇼'라는 라이브 방송에 배우 김재원과 가수 테이, 방송인 랄랄이 등장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가전 신제품인 '비스포크 큐커'를 활용해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안주를 만들며 제품 기능을 설명했다. 이날 한큐쇼에 접속한 시청자 수는 48만명에 달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업체들은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 커머스를 벗어나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에도 '삼성 제트' 청소기와 '비스포크 큐브 에어' 공기청정기를 네이버쇼핑 라이브 방송으로 선보였다. 당시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자 이번에는 작심하고 방송을 기획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홈쇼핑처럼 라이브 방송을 기획하다가 이번에는 예능 방식으로 대본까지 꾸려 신제품을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브 방송으로 신제품을 홍보하는 업체는 삼성 뿐 아니다. LG전자는 최근 이동식 TV인 '스탠바이미'를 소개하면서 자사 홈페이지를 쇼핑몰로 활용해 라이브 홈쇼핑 방송을 진행했다. 아직 제품이 출시되기 전인데도 이날 방송에서 예약판매 물량 200대가 한시간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가전업체들은 백화점, 양판점 등 전통적인 가전 판매채널 뿐 아니라 패션, 인테리어, 크라우드 펀딩까지 판로를 넓히고 있다. 카카오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가 대표적이다. 아이디어 상품을 펀딩하는 플랫폼인 이곳에서 LG전자는 공기청정기, LG그램 등을 선뵀다.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에서도 삼성·LG 가전을 찾아볼 수 있다. 원래 스트리트·신진 디자이너 패션 제품을 판매하던 곳이다. 라이프 편집숍 '29CM', 인테리어 앱 '오늘의 집'도 마찬가지다. 디퓨저나 가구를 판매해야 할 곳에서 삼성·LG 가전을 판매 중이다.

가전 판매처가 다양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가전업체들이 제품 디자인을 강화하면서 패션몰이나 편집숍에 입점해도 위화감이 없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또 하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전통 유통채널보다 온라인 편집숍·라이브 방송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다른 업종 쇼핑몰에 입점할 생각은 할 수 없었지만 젊은이들에게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물꼬를 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