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책임질 거냐" 폭염에 기권 선언…육상은 더 치명적

입력 2021-07-30 13:38
수정 2021-07-30 13:43

일본 도쿄의 살인적인 더위에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테니스 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폭염으로 인한 고통을 잇따라 호소한 가운데, 오늘(30일)부터 육상 경기까지 시작됐다.

지난 28일 여자 단식 준준결승에 출전한 스페인의 파울라 바도사는 체코의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와의 경기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찜통 더위에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기권을 선언하고 휠체어를 탄 채로 코트를 빠져나갔다.

당시 코트의 기온은 31도. AF통신은 "체감 온도는 37도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특히 올림픽 테니스 코트는 한낮 직사광선을 받으면 최대 50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햇빛이 내리쬐는 날씨 속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남자 단식 3회전에서도 러시아올림픽경기위원회의 다닐 메드베데프가 무더운 날씨 때문에 경기 도중 두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계속 경기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심판의 질문에 "경기를 끝낼 수는 있지만 죽을 수도 있다. 죽으면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책임질 거냐"며 항의했다.

이에 ITF는 다음 날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테니스 경기를 오후로 변경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한편 테니스에 이어 육상 경기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도쿄의 무더위가 육상경기 선수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스웨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업체 '헥사곤'은 두 가지 기후조건에서 1만m 달리기경기를 치렀을 때 선수의 체온변화를 추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도쿄 7월 기후평균에 맞춰 기온과 습도를 각각 27도와 70%로 설정한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스타디움 트랙을 1만m 달린 선수의 심부체온(몸 안쪽 온도)은 39도까지 올랐다. 손과 발 체온은 37도까지 상승했다.

기온과 습도를 각각 32도와 90%로 올리면 1만m를 달린 뒤 선수의 심부체온이 39.7도까지 뛰었다. 특히 머리 쪽 심부체온은 39.2도에 육박했다.

체온이 39도까지 오르면 '임계점'을 넘는 것으로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케이스 한나 헥사곤 부대표는 "이번 시뮬레이션은 경기환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신체가 극단상황에 몰렸을 때 어떤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