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국내·외 증권가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실적은 탄탄하지만 하반기 수요 둔화 우려가 여전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엔 향후 비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30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63% 내린 7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1월 장중 고점 이후 18.23% 내렸다. 연초 이후로 보면 3.09% 내리며 코스피지수 상승률(11.44%) 대비 부진이 두드러진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만 27조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의 압도적 '원픽'인 삼성전자가 속을 썩이고 있는 셈이다.
특이한 점은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만큼은 사상 최대라는 점이다. 지난 29일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 매출액이 63조6716억원을, 영업이익은 1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 기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자 증권가의 눈높이도 훌쩍 뛰어넘은 실적이었다. 1분기에 이어 삼성전자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상장사의 실적발표는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의 기대치와 현실의 괴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여서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업이 시장의 궁금증을 직접 해소해주기도 하니 향후 기업의 비전까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한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반신반의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실적발표 이튿날인 30일 국내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관련 레포트는 총 17개 발간됐는데, 이중 주당순이익(EPS)을 내린 레포트는 세 곳이었다. 목표가를 올린 증권사는 한 군데도 없었고, EPS를 올린 기업 중 두 곳이 목표가를 내렸다. 외국계 중에서도 JP모건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목표가 10만7000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당장 고평가를 받은 건 메모리 반도체의 견조한 실적이다. 2분기 실적에서 확인됐듯 정보기기(IT) 관련 수요가 여전한 데다 메모리 반도체의 원가절감까지 이뤄지면서 당분간 실적은 계속 좋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에 반도체 톱픽을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바꾸기도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메모리·비메모리 실적이 견고하며 이 같은 현상이 3분기에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뚜렷하다"며 "반도체 분야만 하는 회사들(퓨어플레이어)과 달리 투자자들을 단박에 설득하긴 어렵겠지만 연초 이후 부진했던 주가는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해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쪽에서는 코로나 확산이 잡히며 반도체 호황이 더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에 중장기적인 비전이 없다는 것도 삼성전자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차고 넘쳤지만 향후 비전이나 전략 등은 부족해보였다"며 "잘 나가는 회사들이 그리고 있는 빅픽쳐가 삼성전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