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테마형 ETF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세계 최저 수수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수형 ETF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시장에 없던 테마형 ETF를 쏟아내며 1위 수성에 나섰다.
2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4종의 수수료를 기존 연 0.09%에서 0.022%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유사 ETF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레버리지·인버스 ETF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수수료는 0.64% 수준. 이미 삼성을 따라잡기 위해 낮은 수수료를 책정해온 미래에셋은 이를 더 낮춰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익성을 포기하고라도 더 많은 고객을 자사 ETF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수수료 대폭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레버리지·인버스 시장을 독식하는 삼성자산운용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삼성은 약 9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5.5%)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삼성KODEX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레버리지·인버스 시장에서 42.1%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상품인 미래에셋TIGER200선물인버스2X는 2.2%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수수료 인하라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한 ETF 관계자는 “안정적인 거래 물량이 확보된 삼성의 벽을 깨기 어렵다고 판단한 미래에셋이 미미했던 수익성을 포기하고 이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를 노리기 위해 수수료 인하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ETF 시장에서 테마형 ETF의 흥행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전체 ETF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시장이 형성된 이후 줄곧 50% 넘는 점유율을 확보해온 삼성자산운용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삼성자산운용은 시장 선점 효과와 든든한 유동성 공급자(LP)인 삼성생명의 지원까지 더해져 ETF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최근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2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전체 ETF 시장 점유율은 46.90%로 1년 전(53.27%)보다 6%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23.52%에서 29.26%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를 비롯해 최근 상장한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TIVE까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1위 수성을 위해 시장에 없던 ‘국내 최초’ 상품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KODEX Fn웹툰&드라마를 비롯해 시스템반도체 산업 관련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KODEX Fn시스템반도체, 국내 시가총액 톱10 종목에 동일 가중으로 투자하는 KODEX Fn Top10동일가중 등을 30일 상장시킨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에 삼성이 강점을 지닌 분야와 함께 테마형 ETF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테마 ETF를 발굴해 투자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