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가 전력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던 도미니카공화국을 잡고 8강 진출을 향해 청신호를 켰다. ‘에이스’ 김연경(33)의 금빛 블로킹이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세계랭킹 14위인 한국은 29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랭킹 7위 도미니카공화국을 세트스코어 3-2(25-20 17-15 25-18 15-25 15-12)로 눌렀다.
브라질에 패한 뒤 케냐와 도미니카공화국에 2연승을 거둔 한국은 2승1패로 A조 상위 네 팀에 돌아가는 8강 티켓 획득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8강을 확정 짓는 경기는 31일 오후 7시4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한일전’이 될 전망이다. 일본을 물리치면 A조 4위권 입성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앞서 한국에 0-3 완패를 안긴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팀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접전 끝에 브라질에 2-3으로 패했다. 첫 경기에서 세르비아에 0-3으로 완패했고 브라질에도 져 1승이 절박했다.
한국의 에이스 김연경과 도미니카공화국의 장신(2m1㎝) 공격수 엘리사베트 마르티네스의 기싸움이 경기 내내 치열하게 펼쳐졌다. 한국은 박정아(28)의 연속 서브에이스 등에 힘입어 1세트를 25-20으로 이겼다. 전열을 가다듬은 도미니카공화국은 타점 높은 공격을 앞세워 2세트를 가져갔다.
이후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3, 4세트를 나눠 가진 양 팀은 마지막 5세트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9-9로 팽팽하던 순간, 승부의 추가 급격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김연경이 천금 같은 블로킹에 이어 서브에이스를 터뜨려 단숨에 리드를 가져왔다. 매치포인트를 남겨두곤 박정아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꽂히며 승부가 결정됐다. 김연경과 마르티네스는 나란히 20득점씩 올렸으나 득점의 ‘순도’에선 김연경이 앞섰다.
김연경은 “우리 배구가 정말 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팀워크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뭉치면 할 수 있다는 걸 오늘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상대로도 뭉쳐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절실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 점 한 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