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계속되는 집값 불안의 원인을 주택공급 부족이 아니라 국민의 ‘과도한 기대심리’ 탓으로 돌려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올해 주택 입주물량(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가구)이 모두 평년 수준을 유지해 공급엔 문제가 없다고 어제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강조했다. 대신,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와 ‘실거래가 띄우기’ 같은 불법행위가 주범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집값 오르기를 바라는 국민이 주택가격 고공행진을 초래했다며 투기수요 책임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민 탓’을 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 시장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랐다가는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볼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장관들의 잇따른 ‘집값 상투’ 경고에도 반대로 집을 사려고 노심초사한다. 이 때문에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월간 KB주택시장동향)은 1% 올라 3개월 연속 상승곡선이 가팔라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이달 셋째 주까지 108주째 오름세다. 다주택자들은 언젠간 정책이 정상화할 것이라며 집을 내놓지 않는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및 양도세 부담을 크게 늘린 작년 ‘7·10 부동산 대책’ 이후 1년간 전국 다주택자 수는 오히려 3만7000명 늘었다. ‘정책 불신’이 더 큰 문제라는 시장의 항변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연초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데 이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엔 “죽비 맞고 정신 번쩍 든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관계부처 장관들은 임대차 3법 등 기존 정책기조에 변화 없다며 되레 국민에게 책임을 돌린다. 이날 브리핑에서 밝힌 주택 입주물량도 빌라·단독주택 같은 비(非)선호 임대물량까지 다 끌어모은 수치이고, 아파트의 경우 민간 집계와 1만 가구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혹여 눈속임은 아닌지 의구심도 갖게 한다. 이러니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려고 한 브리핑 의도는 살리지 못하고, 궤변으로 일관했다는 혹평을 듣는 것이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집값 안정은 요원하고, 전셋값 폭등으로 불이 옮겨붙어 민생이 파탄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무책임한 ‘투기 탓’을 멈추고, 온갖 부작용을 양산해온 규제 일변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가 아니라 가래로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죽비를 맞고도 반성과 각고의 변화 노력이 없으면 결국 국민은 ‘몽둥이’를 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