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 ‘2파전’으로 흐르면서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해온 의원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어느 캠프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지대를 지키고 있는 의원은 50여명에 이른다. 이 중 일부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은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에는 각각 30여명 수준의 현역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전체 의원(171명) 중 특정 대선후보 캠프에 속한 것으로 확인된 의원 수는 91명이다. 나머지 80명은 어느 캠프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지대에 있다.
중립지대 의원 80명 중 장관직을 맡아 입각했거나 당내 주요 보직을 맡아 캠프 참여가 불가능한 의원 수는 30명 정도로 파악됐다. 어느 캠프든 구애받지 않고 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는 의원 수는 50명 남짓으로 줄어든 셈이다.
4선 이상 중진의원(19명) 중에선 과거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우상호 홍영표 등 5명의 의원들이 중립지대에 속해 있다. 3선 의원(25명) 중에서는 김경협 도종환 정청래 진선미 등 6명이 해당된다.
재선 의원(49명) 중에서는 기동민 박주민 조응천 진성준 등 15명, 초선(78명)에서는 고민정 윤건영 이용우 이탄희 등 24명의 의원들이 아직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중립지대에 속한 의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앞서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구심점을 잃은 ‘박원순계’가 대표적이다. 박홍근 천준호 남인순 등 일부 박원순계 의원들은 지난 5월부터 이 지사를 돕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우원식 의원이 이 지사 지지선언을 하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우 의원은 당내 주요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좌장이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의원 등 ‘민주주의 4.0’ 소속 의원들은 최근 회동에서 이 전 대표를 돕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경선 중립’ 기조에 따라 특정 후보 지지를 삼가왔다.
하지만 최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간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점차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25일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들며 “민주당의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근 의원은 지난 26일부터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본소득제, 그 허구성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연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문 중에서도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고민정 윤건영 의원의 향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들은 여권의 강성 지지층인 소위 ‘문팬’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경선 막바지에 두 의원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 대통령의 의지로 받아들여지면서 표심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