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가리켜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국가 무력 침범자”라고 말했다. 6·25전쟁에 대해서는 ‘미 제국주의의 날강도적인 침략’이라며 북침으로 규정했다. 김정은이 직접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 한·미 양국을 비방하며 남북 통신연락선의 복구를 두고 남북이 온도차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지난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열린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1950년대의 영용한 조국방위자들이 미 제국주의의 날강도적인 침략을 결사적으로 격퇴하였기에 오늘에 이르는 여러 세대의 후손들이 노예의 수난을 모르고 자주적 인민의 존엄을 누릴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국가 무력 침범자들을 꺾고 전승이라는 경이적인 미증유의 사변을 이루어낸 전승세대의 위대한 공적”이라 평가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이라 부르며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김정은은 “노병들을 볼 때마다 오늘 우리가 전화의 용사들처럼 싸우고 있는가를 재삼 자각하게 된다”며 6·25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당대의 제일 엄청난 도전과 위험을 맞받아 불가항력의 강용한 정신적 힘을 분출시킨 위대한 연대의 승리자들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어진다”고 밝혔다.
한·미를 ‘침략자’로 규정한 김정은은 중국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했다. 김정은은 “조국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는 한전호에서 고귀한 피를 아낌없이 흘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며 “지원군 노병동지들에게도 뜨거운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날 남북은 정상 간 합의에 따라 413일만에 당국 간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했다. 남북은 지난 4월 이후 정상 간 친서 교환을 통해 통신선 복구를 논의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통신선을 복원해 남북간 대화 통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라며 남북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김정은이 한·미를 향해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통신선 복구를 두고 남북이 시각차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정은은 지난해와 달리 핵전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앞서 지난해 기념식에서는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국가의 안전·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며 '핵'을 직접 언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 혁명무력은 변화되는 그 어떤 정세나 위협에도 대처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만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