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모래판의 씨름선수 같은 경우예요. 개그맨으로 출발해 이런 캐릭터에 남들보다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익살스럽고도 유쾌한 유령 비틀쥬스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사진)는 이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었다. 비틀쥬스는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의사,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등 그의 대표 캐릭터와는 색깔이 다소 다르다. 정성화는 이를 매끄럽고 능숙하게 소화하며 공연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정성화를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작업 내내 즐거워요. 다만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소리를 내지 못해 아쉽죠.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돼 ‘껄껄껄’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비틀쥬스’는 1988년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98억 년을 살아온 외로운 유령 비틀쥬스와 세상을 떠난 엄마를 찾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소녀 리디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다양한 무대 전환과 새로운 특수효과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특수효과가 많고 무대가 컴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배우는 특정한 장면에서 정해진 그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해요. 자리에 대한 약속이 가장 중요한 셈이죠. 넘어지거나 헛디디면 크게 다칠 수 있어 연기만큼이나 자리에 매번 신경을 썼어요.”
그는 비틀쥬스 역을 위해 영화 ‘배트맨’의 조커를 보며 연습했다고 했다. “조커의 몸놀림을 나름대로 활용했어요. 앞으로 숙이기보다는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기괴하지만 악동 같고, 그러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캐릭터죠.”
정성화는 뮤지컬 영화 ‘영웅’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이 미뤄진 상황이다. “그래도 언젠가 관객 여러분과 만날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릴 겁니다. 국내에서 뮤지컬 영화 시장을 개척하는 게 제 소망이에요. 우리나라도 뮤지컬 영화의 거점이 되길 바랍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