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도쿄올림픽에서 조국 필리핀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여자 역도(55kg급) 하이딜린 디아스(사진)가 지독한 가난을 끊어낼 포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디아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총 224kg를 들며 마침내 금메달을 따냈다. 필리핀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24년 이래 97년 만에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유독 가난했던 그의 삶은 필리핀에서 단막극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디아스는 필리핀 삼보앙가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디아스의 아버지는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트라이시클(삼륜차) 기사부터 농부, 어부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디아스가 역도를 시작한 계기도 가난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매일 가족이 마실 식수 40L를 지고 수백 미터를 걸어야 했다. 물통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들 방법을 찾다 역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올림픽에서 디아스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무거운 물통을 짊어지는 것이 역도 원리와 비슷하다. (힘들수록) 가족을 위해 성공해야겠다는 의지도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훗날 자서전을 쓰면 첫 번째 테마는 '가난'으로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년 만의 재도전에서 금메달 획득에 성공한 디아스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나는 (노장 축에 속하는) 30세라서 우승하지 못할 줄 알았다"며 "들어 올리는 내 모습을 보고 스스로 놀랐다. 신은 위대하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디아스는 필리핀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3300만 페소(약 7억5438만원)의 부상과 주택을 받게 됐다. 필리핀 체육위원회가 금메달에 내건 포상금 1000만 페소(약 2억2860만원)도 그의 차지가 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대변인 해리 로크는 "필리핀 국민 전체가 당신을 자랑스러워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