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방침에 유관 단체를 제외한 정치권에서도 찬반 여부를 두고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억공간의 의미를 외면하는 '불통' 정치를 자행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판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심볼(Symbol) 정치는 지긋지긋하다"면서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與·정의당, 오세훈 서울시장 "불통" 일제히 규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기억공간을 찾아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며 "이를 계기로 수백만 서울시민과 국민이 평화적 촛불집회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바로잡은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의 강을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도 (세월호 기억공간이) 탄핵의 강을 넘어 모든 국민이 하나 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상징적인 공간을 잘 보존하는 게 서울시의 명예를 높이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세월호 기억공간, 오세훈 시장이 직접 풀어야 한다' 제하 입장문을 통해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며 "유족들이 무조건적인 철거 반대를 외치는 것도 아닌데 오 시장은 간절한 면담 요청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과거 무상급식 반대하다 역풍 맞았던 기억 벌써 잊었냐"며 "정치적 득실을 계산할 시간에 직접 만나 소통하라. 불통하는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역사적 의미를 담는 광화문 광장 조성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서울시민들까지도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할 수 있는 기구를 다시 구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가 즉각 중단될 것을 촉구하며 그날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野 "지긋지긋한 심볼 정치, 철거해야"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27일 '지긋지긋한 심볼(Symbol) 정치를 바라보며' 제하 입장문을 내고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양 대변인은 "광화문 광장 조성사업은 박원순 전 시장때 계획됐던 일이고, 기억공간 철거 역시 박 전 시장때 확정된 사안이다. 정치가 개입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며 "문제는 세월호를 독점하면서 관심을 끌어보려는 일부 정치권의 태도다. 참 쉽게 정치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정 사건을 독점하고 세력화하는 '상징물 정치'는 오히려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채질해왔다"며 "윤 총장이 보듬었던 한 광주 열사의 묘비를, 이틀 뒤 민주당 의원이 내려가 다시 닦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저격했다.
그는 "민주화와 산업화는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자랑스러운 모두의 역사다. 이게 건강한 상식"이라며 "마찬가지로 세월호 사건의 아픔 역시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세월호 사건 이후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집중했어야 했다. 그게 세월호 사건의 교훈이었다"며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의 해상 교통은 더 안전해졌나"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억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기로 했다. 광화문 광장 공사를 위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유족 측은 광화문 광장 공사 기간 서울시 측과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