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7%를 기록하자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한숨을 돌렸다. 상반기 경제 성적표를 반영하면 연간 성장률 4% 달성이 무난하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결과다. 올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터널에 벗어날지, 다시 고꾸라지며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지 ‘변곡점’에 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민간소비 모처럼 기지개
한은이 27일 발표한 2분기 실질 민간소비 지출액은 221조559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3.5%(7조5114억원) 늘었다.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씀씀이가 큰 폭 늘어난 2009년 2분기(3.6%)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올 1분기(1.2%)보다도 3배가량 높았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46.4%)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반등이 2분기 성장률을 견인했다. 백신 보급속도가 빨라지면서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켠 영향이다. 소비자 체감경기를 나타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올 2분기(4~6월)에 102.2~110.3으로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CCSI가 100을 웃돌면 소비심리가 장기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이라 의미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은 전분기보다 2%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영향으로 역(逆)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수출은 지난해 3분기(16.0%) 4분기(5.4%)에 이어 올 1분기(2.0%)까지 고공 행진했다.
수출이 주춤해지자 기업도 기계류 등 설비투자 규모도 일부 조절했다. 올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0.6%를 기록했다. 올 1분기(6.1%)에 비해 증가율이 큰 폭 내려갔다. 아파트와 공장, 물류창고, 댐 건설을 아우르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2.5%로 전분기(1.3%)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성장률을 업종별로 보면 가계가 씀씀이를 늘리면서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9%를 기록했다. 2007년 1분기(1.9%)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수출이 부진한 영향으로 제조업은 -1.2%를 기록했다. 터널탈출인가 더블딥인가 앞으로 성장 전망은 엇갈린다.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치인 4%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봤다. 봉쇄조치의 '학습효과'로 민간소비가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거리두기를 경험한 가계가 온라인 교육·상거래 등의 씀씀이를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차량용 반도체 조달이 끊기면서 부진해진 자동차 수출도 6월부터 회복한 만큼 3분기 역성장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1차(14조9000억원)와 2차(34조9000억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도 성장률을 밀어 올릴 전망이다.
해외 기관도 이를 반영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종전 3.5%에서 4%로 높였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2일 성장률 전망치(4.5%)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반론도 적잖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휩쓸면서 각국의 봉쇄조치가 강화된 영향이다. 한국도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 격상하면서 민간소비·실물경제 회복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리두기 4단계가 8월까지 이어지면서 GDP의 절반가량인 민간소비가 상당폭 위축될 것"이라며 "원자재가격이 치솟으면서 순수출(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것)도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는 것도 변수다. 올 하반기 한국에 보급되는 주력 백신인 모더나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백신 도입이 또 늦춰지면서 경제활동 주축인 20~50대 예방접종 시점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백신 접종이 더뎌지는 만큼 민간소비가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코로나19 4차 확산과 그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가 다시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적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