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 안창림, 日 유도 성지에 태극기 띄웠다

입력 2021-07-26 21:54
수정 2021-07-27 00:29

재일동포 3세 안창림(27)이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급에서 동메달을 따내 일본 유도의 성지인 일본부도칸에 태극기를 띄웠다.

안창림은 26일 도쿄 일본부도칸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랭킹 2위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뒀다. 안창림은 지도 2개씩을 주고받은 상황에서 종료 7초를 남기고 전광석화와 같은 한팔업어치기에 성공했다. 남은 시간을 잘 버틴 안창림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도칸은 1964년 첫 번째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진 종합 무예 경기장이다. 도쿄에서 태어난 안창림은 2013년 이곳에서 열린 전일본학생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성인이 되면서 일본유도연맹이 귀화를 제안했지만 거부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2014년부터 7년간 태극마크를 유지하며 한국 유도의 간판이 됐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과는 연이 닿지 않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16강전에서 패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전에 올랐지만 오노 쇼헤이(일본)에게 패해 금메달을 놓쳤다.

안창림은 이날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준결승까지 파죽지세로 밀어붙였다. 32강전에서 금메달리스트 파비오 바실(이탈리아)과 연장 끝에 안다리후리기 절반승을 거뒀다. 16강전에서는 키크마틸로크 투라에프(우즈베키스탄)와 접전을 벌이다 부딪혀 코피까지 쏟으며 그야말로 혈투를 벌였다. 역시 골든스코어 끝에 승리한 안창림은 8강전에서도 토하르 부트불(이스라엘)과 연장 승부에서 이겼다.

준결승에서는 라샤 샤브다투시빌리(조지아)와 접전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체력을 비축한 샤브다투시빌리는 만만찮은 상대였지만 안창림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정규시간 4분에다 골든스코어에서 4분37초를 더 뛰며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안창림은 골든스코어 47초에 소극적인 공격을 했다며 지도 한 개를 받았고, 4분37초에 마지막 지도를 받아 패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지만 안창림은 실망하지 않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일궈냈다. 그는 “대한민국 국적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지키신 것이다. 한국 국적을 유지한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내 모습을 보고 재일동포 어린이들이 큰 힘을 얻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