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지난해 7월 31일 시행된 뒤 1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2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 시행 직전 3년간 연평균 상승률 3.1%보다 8배 이상 높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임대차법의 취지와 정반대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26일 국민은행 월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3382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시행된 직후 이 가격은 3억4502만원이었다. 법 시행 후 1년간 25.7% 상승한 셈이다.
서울은 같은 기간 5억1011만원에서 6억3483만원으로 상승률이 24.5%에 달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22.7%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 시행 전까지 3년간 상승률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2017년 8월부터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2020년 7월까지 3년간 전세가격은 수도권이 9.2%, 서울은 15.0% 상승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상승폭이 기존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2년 임대 기간에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해 4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세입자를 위한 정책으로 도입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집주인이 거주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가격은 폭등했다. 특히 중간가격대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주거난을 겪고 있다. 세입자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갱신했던 전세계약 만료 시점이 돌아오면 2~3배 오른 가격에 신규 계약을 맺어야 할 처지다.
또 장기간 전세난이 이어지자 세입자들이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서울 외곽과 경기 집값이 급등했다.
여당은 임대차법 보완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임대차 기간을 6년이나 8년으로 늘리는 등 추가 규제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의심하고 싸우게 만드는 등 임대차법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도 컸다”며 “임대차법은 강화가 아니라 대폭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