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넘기기로 한 여야 합의안을 놓고 극심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합의안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26일 자신의 SNS에 올린 <법사위 양보 재고 요청>이라는 글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고려하면 법사위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당에 법사위 양보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썼다.
이 지사는 “원내도 아닌 저의 반대의견 역시 월권일 수 있으니 의견표명을 자제하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원과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호소를 외면할 수 없고 저 역시 책임 있는 당원의 일인으로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을 당원과 국민들께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전진을 위한 양보가 아니라 개혁의지 후퇴라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법사위의 역할과 권한 축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법사위는 사실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자구 체계를 심사하는 형식적 권한만 가지는 것인데, 상정보류 등으로 상임위 위의 상임위처럼 불법부당하게 운영돼 왔다”며 “법사위가 원래 법의 취지에 맞게 자구심사 등 형식적 권한만을 행사하고, 법안통과를 막는 게이트처럼 악용되지 못하게 제도화한다면 이 역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다른 후보들을 향해선 ‘법사위양보 재고 및 권한축소를 요청하는 공동입장 천명’도 제안했다. 이 지사에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법사위 양보 철회와 체계자구 전문기구 설립 등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제안했다.
반면 다른 유력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판단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여야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치권에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에 이어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까지 법사위 양보에 반발하면서 합의안을 이끌어낸 윤호중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순식간에 코너에 몰리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평소 원만한 여야 관계를 강조해온 송영길 대표도 이런 상황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사위가 동물·식물국회의 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 여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다만 지도부 결정과 의원총회 추인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