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 언필칭 ‘서비스’인 시대다. 공직에 대해서도 관료라는 권위적 용어보다 공무원·공복이 자연스러워졌다. 정부가 ‘국민을 섬긴다’고 한 지도 한참 됐다. 국가 기관의 역량과 성과는 종종 민간 기업과 비교되고, 수시로 국제 평가도 받는다. 탈권위 시대의 행정은 대체재 없는 ‘완전 독점’을 고수하기도 힘들뿐더러, 납세자인 국민이 고품질 서비스를 요구할 권리도 인정받는다. 이게 세계적 조류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행정은 어떤 수준인가. 혼선과 허점투성이인 코로나 방역부터 ‘수준 미달 서비스’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감시 행정은 효과 검증도 없이 오락가락·우왕좌왕하고 있다. 원칙도 모호한 조삼모사식 자의적 규제만 반복하면서, 공권력을 비웃는 민주노총 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진다.
국민에게 ‘희망고문’이 된 부실한 백신 조달 정책은 기업으로 치면 원자재 구매 실패나 다름없다. 몇 차례나 되풀이된 접종예약 접속장애 역시 기업에서 그랬다면 담당 임원은 문책을 면치 못했을 사안이다. 청해부대의 집단감염 참사가 민간에서 일어났다면 그런 기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현장 실무자부터 대표까지 줄줄이 사법 처리됐을 사안이다. 이런 인재(人災)야말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우선 적용 대상인데, 뒤늦게 수송기를 보낸 것으로 자화자찬에 빠진 정부다.
부실 행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폭염에 일반 국민이 국가의 전력 수급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설령 외곬으로 탈원전에 매달리더라도 에너지 수급 대책은 제대로 짜야 최소한의 책임 행정이다. 중소기업이 작은 제품 하나를 팔아도 애프터서비스(AS)망과 관리 계획을 고민한다. 4년간 26차례나 이어진 대책에도 치솟는 전셋값과 불안정한 매매시장을 보면, 부동산 정책은 AS도 없는 최악의 서비스다. 소비자 수요와는 완전히 따로 간 탓이다. 기업의 상품·서비스가 이랬다면 벌써 ‘폭망’했을 것이다.
서비스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행정은 완전 독점이기에 이런 폐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지된다. 하지만 민간과의 비교가 일상화되고, 국가 간 비교 평가도 잦아지면 어떻게 될까. 부실한 행정서비스에 터무니없는 가격(세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유권자가 늘면 정부는 어떻게 할 텐가. 투표권 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이런 적극적 ‘보상 요구’에 정부는 대응할 준비가 돼 있나. OECD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 전문기구의 행정서비스 평가는 기업의 투자처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원스톱 서비스’를 내세워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갈라파고스 규제법에 의존하는 비효율 구태 행정은 밑바탕부터 바뀌어야 한다. 행정서비스를 기업서비스와 냉철하게 비교해보라. 지금 정부 행태와 행정의 결과물이면, 기업이었으면 벌써 파산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