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을 산유국으로 만드는 기업이 있다. 바이오디젤 전문 제조기업 단석산업이다. 단석산업은 국내에서 사용하고 남은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로 제조해 수출한다. 단석산업의 바이오디젤 생산량은 연간 34만kL로 국내 최대 규모다. 기아 카니발 차량 485만 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대부분 BP, 쉘 등 해외 정유사에 판매되고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에너지 등을 통해 일부 국내에도 유통된다. 한승욱 단석산업 회장(사진)은 “앞으로 항공유로 사용 가능한 바이오디젤을 개발해 산업계에서 초격차를 벌리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올해 창립 56년을 맞은 단석산업은 원래 폴리염화비닐(PVC) 안정제를 주로 생산하던 화학소재 기업이다. 한 회장은 2세 경영인이다. 1983년 말단 사원으로 단석산업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4년 부사장에 취임한 한 회장은 바이오디젤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봤다. 그는 “정밀화학 소재 기업으로 갈 것이냐, 바이오디젤 사업에 진출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바이오디젤 시장을 선점해 기회를 잡아보자는 생각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로 제조하는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폐식용유를 침전시켜 물과 찌꺼기를 제거한 뒤 메탄올과 수산화나트륨을 섞고 나서 생긴 부산물을 추출하고 나면 바이오디젤이 완성된다.
단석산업은 폐식용유 수거 체계부터 구축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폐식용유는 대부분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거나 휴지 등에 흡수돼 폐기물로 버려지는 탓이다. 단석산업은 식당 등에서 사용된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경제 체제를 구축했다. 단석산업이 수거하는 폐식용유는 연간 14만t에 이른다.
단석산업은 또 고순도 바이오디젤을 제조할 수 있는 설비 고도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사업 초기 가능성을 엿본 단석산업은 엔지니어들을 독일로 보내 정밀화학기계를 들여왔다.
특허도 다수 확보했다. 미국 환경청 인증(EPA), 유럽 친환경 인증(ISCC) 등을 국내 바이오디젤업계 최초로 받기도 했다. 단석산업은 지난해 폐식용유 기반 바이오디젤 생산으로 이산화탄소를 68만t 이상 감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생 소나무 성목 1억여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이다. 한 회장은 “해외에서 생산되는 바이오디젤은 팜유, 대두유 등 농작물을 가공해 제조된다”며 “단석산업의 바이오디젤은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이산화탄소 절감효과가 더욱 크다”고 했다.
단석산업은 항공유로 사용 가능한 수준의 2세대 바이오디젤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된 유럽 친환경 인증(ISCC 플러스)도 받았다. 한 회장은 “유럽의 탄소국경세가 조만간 시행되면 재활용 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에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며 “ISCC 플러스 인증을 통해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가속화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폐리튬이온 2차전지 재활용 사업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한 회장은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폐차가 생기면 대량의 폐리튬이온 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계적인 투자를 통해 금속회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단석산업은 지난해 매출 5993억원을 기록했다. 2억불 수출의 탑도 받았다. 5년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흥=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