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대로 짓지 않으면 35년 후엔 재건축 대란"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1-07-27 07:17
수정 2021-07-27 10:06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4 부동산 대책에서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데 이어, 서울시도 규제 완화를 통해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개발에 의해 43만가구, 재건축에 의해 11만가구 등 총 54만가구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모두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편이라서 2025년까지 상당한 물량이 조기에 공급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전세가 아니라 내집 마련을 원하는 계층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전세를 통한 내집 마련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한 실수요자들은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든 '누구나 집'과 같은 장기대출로 내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정부나 서울시도 이에 대한 정책을 적극 발굴, 현실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완화를 통해 좀더 많은 단지들이 30년만 되면 바로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공급계획이나 규제완화 등을 비추어 보면 2025년까지 서울에는 40만~50만가구, 경기도까지 하면 최소 100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건설되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지금 추진되는 대부분의 아파트는 또 다시 준공 3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해야하는 장수명주택인증 3~4급으로 건설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겁니다. 정부에서 현재 마련한 '장수명주택 인증' 기준에서 선진국처럼 100년이상 유지될 수 있는 1급이나 65년 이상 100년까지 유지될 수 있는 2급의 경우 국내보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 4급 위주로만 건설돼 30년만 되면 전부 재건축해야만 하는 벽식구조형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1급이나 2급의 경우, 구조방식에서 내력벽 및 기둥의 길이비율이 일반 건축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라멘구조 (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아파트가 벽식구조 (벽이 기둥역할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수명이 쉽지 않고 다양한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제도를 바꾸어야 할까요. 일단 일반 건축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건설하게 되면 각종 배관이나 설비의 교체가 쉽습니다. 콘크리트 성능에 따라 100년 이상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벽식구조 아파트는 이런 배관이나 설비 교체가 쉽지 않아서 30년 정도되면 녹물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정도로 열악해 집니다. 그리고 화장실 배관도 아랫집 천정에 배치되기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도 계속 나오게 됩니다.

벽식구조는 벽을 타고 내려오는 소음이 큽니다. 때문에 정부 조사에서도 라멘구조에 비해 약 8db(데시벨) 이상 더 소음이 크다고 보고됐습니다. 최근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건폐율이 넉넉하더라도 기존 벽으로 된 구조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합니다. 평면 전체가 가변성을 가지기 어려워서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수평증축을 하면 전체적인 평면이 길어지게 되고, 현재 벽식구조로 된 층간소음 문제, 층고높이의 신형배관 (주로 시스템에어컨이나 스마트홈 설비 추가 구축시) 문제 등이 나오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30년 뒤에 전부 재건축을 할 경우 벽식구조는 대부분 구조체를 폐기해야만 하다는 겁니다. 라멘구조는 100년 이상동안 폐기되는 구조체가 벽식구조의 15% 정도 밖에 안됩니다. 기둥과 보를 계속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문제가 복잡합니다. 1·2기 신도시에 이어 3기신도시 및 신규 아파트 모두 엄청난 건설 폐기물을 발생시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층간소음도 확 줄어들고, 가변형 평면에 향후 리모델링도 용이한 라멘구조형태의 아파트를 선택했으면 할텐데, 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설업계는 벽식구조 아파트만 선호할까요. 그것은 공사비와 공기(공사기간)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재 세종시에 시범적으로 설치, 입주한 1급 장수명 아파트의 경우, 기존 벽식구조 아파트에 비해 공사비가 평균 3~6%가 더 들어갑니다. 물론 100년을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전체 비용은 40% 이상 확 줄어들게 됩니다.

벽식구조는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필요했던 1기 신도시때 짧은 공기와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많이 짓기 위해 도입된 공법입니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건설기술을 보유한 한국에서 이런 벽식구조 아파트를 단지 공사비 약간 절감하고 공기 약간 단축시키기 위해 지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모두 떠안게 됩니다. 실제 서울의 분양가는 3.3㎡당 최소 3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중 실제 공사비는 3.3㎥ 당 400만원에서 550만원 수준밖에 안됩니다. 즉 전체 공사비가 5% 올라간다 하더라도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미비한 수준입니다.

왜 모든 건설회사들이 아직도 벽식구조인 '장수명주택 인증 4급' 아파트만 공급할까요. 정부의 장수명주택 인증에서 10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1급에서 4급까지 적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00년이상 갈 수 있는 1급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1, 2급을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이면 현재 진행중인 서울의 50만가구, 수도권 전체 100만가구 모두 4급으로 건설될 겁니다. 준공 후 30년이 지나면 동시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건축 수요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건설폐기물도 엄청나게 나올 것이고, 새로운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은 여전할 것이고요. 미래의 스마트홈을 위한 각종 가변형 평면도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이번기회에 새로 추진되는 서울 및 국내 모든 아파트에는 새로운 '장수명주택 인증 1급'이 도입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1급을 도입하는 경우, 분양가 상한제에서 건축비를 10% 이상 상향시켜 주는 인센티브를 주면 됩니다. 그러면 '로또 분양'도 줄어들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은 만족할 만한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하게 될 겁니다. 다양한 문제도 한꺼번에 줄어들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수명주택 인증 1급'을 도입한 아파트에서만 각종 대출규제를 10% 완화해주고 소비자들이 적극 이를 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소비자가 선택을 해야 건설회사들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국가적으로도 35년뒤에 일어날 재건축 대란은 물론 엄청난 건설폐기물이 줄어들게 됩니다. 최소한 새로 공급된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문제, 설비 노후화에 따른 녹물 문제 등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청약을 받아야 하는 20가구 이상 모든 아파트에 적용을 하고 '장수명주택 인증 3, 4급'의 경우 오히려 페널티를 줘야 합니다. 더이상 이런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일부 건설자재업계에서는 기존 벽식구조형으로 자재를 납품해왔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반대로 시장이 바뀌면 전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업체로 재탄생하게 될 것 입니다.

주택공급에 대한 문제도 각종 규제 때문이었는데, 이를 해결하니까 많은 곳에서 적극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주택건설은 잘못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관행 때문에 이를 안고가고 있습니다. 35~40년 후에 엄청난 문제들을 미리 예측해 지금 당장이라도 바꾸어야만 합니다. 주택공급이나 건설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 미래까지도 예측하고 세워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절실히 깨닫고 있을 때 주택건설의 변화도 가능해집니다. 우리의 후세들을 위해서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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