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30만원만 내면 이익 100% 가져간다고? 놀라운 편의점의 정체 [박한신의 커머스톡]

입력 2021-07-24 20:00


편의점 사업은 전통적으로 대기업들의 독무대였습니다. 지금도 GS리테일(GS25), BGF리테일(CU), 롯데그룹(세븐일레븐) 등 3강 체제가 확고합니다. 그런데 편의점 기업들이 모여있는 편의점산업협회 회원사를 보면 낯선 곳이 하나 눈에 띕니다. 위 세 기업 외에 두 곳이 더 있는데, 하나는 일본계인 미니스톱이고, 나머지 하나가 지금부터 소개하려고 하는 씨스페이스(C-SPACEs)입니다.

씨스페이스 또한 원래 대기업인 한화그룹이 운영하던 편의점이었습니다. 그런데 5년 전인 2016년, 물류업체를 운영하던 중소기업인 이은용 대표가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흔치는 않은 일입니다. 당시에도 다른 대기업이 인수를 타진했지만, 직원 고용 승계 때문에 결렬됐다고 합니다. 한화그룹이 직원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죠. 당시 이 대표가 전원 고용 승계를 약속하면서 약 30억원에 인수를 확정지었습니다.

이 대표는 과거 조그만 회사를 인수할 때도 "매출도 매출이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이 넘어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씨스페이스 인수도 이 곳의 인적자원들을 잘 활용하면 기존 사업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말합니다.

사업적으로는 기존 물류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렸습니다. 이 대표는 원래 '우린'과 '이와이푸드'라는 회사를 통해 전국 2000여 곳의 독립형 편의점(로그인, 개그스토리 등)에 상품을 공급해왔습니다. 인수 직전 씨스페이스는 연간 5억원 정도의 적자를 냈는데, 이 대표는 물류를 효율화하면 흑자로 전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가맹점 100여 곳 만으로 상품을 조달하니 '바잉파워'도 작고, 산재해 있는 점포를 오가는 물류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기존 2000여 곳 공급 물류망에 씨스페이스를 포함시켜 비용을 낮추고, 이 같은 장점을 통해 가맹점 수를 늘려 '바잉파워'를 키우면 선순환 궤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계산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씨스페이스를 인수한 이후 가맹점은 100여 곳에서 320여 곳으로 늘었습니다. 중소기업에 인수됐다는 소식에 일부 기존 가맹점주가 이탈하는 악재를 이겨낸 결과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5년 내 1000개를 돌파하는 거라고 합니다. 이익이 크지는 않지만 2017~2019년엔 3년 연속 1~2억원 가량 흑자도 냈습니다. 작년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아 소폭 적자로 돌아섰지만 이 대표는 "코로나19에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하루 매출이 100만~150만원 정도인 상권을 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A급 상권은 아니지만 충분히 창업 메리트가 있고, 이런 상권에 편의점이 들어서면 지역에도 좋다"는 게 이 대표의 말입니다. 이어 "대기업 편의점이 주류이긴 하지만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많다"며 "30만원 가량의 월 회비를 내면 이익은 100% 점주가 가져가는 방식을 앞세워 가맹점을 늘리겠다"고 설명했습니다.

5만개에 이르는 편의점 중 1000개면 2% 입니다. 대부분은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대기업 계열 편의점입니다.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사업을 키워보려는 중소기업인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씨스페이스의 앞날에 관심이 갑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