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재연'을 빙자해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을 추행한 40대 국선변호인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오연수 부장판사)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변호사 A씨(43)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검찰이 지정한 국선변호사였던 A씨는 지난해 6월15일과 8월31일 광주 동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법률상담 중 성폭력 사건 피해자 2명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사건 당시 상황이 상세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피해자들에게 "증거가 없는 사건이라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재연해보면 기억이 날 수 있다"면서 피해 내용을 하나씩 물어보며 재연하는 방법으로 추행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들을 위해 국가가 선임한 국선변호인임에도 피해 재연을 빙자해 위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대단히 좋지 않다. 피해자들은 상상도 못 한 피해를 입었고, 그중 한명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점, 한명과는 합의한 점, 스스로 변호사 등록 취소 신청을 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자신은 피해자 의사를 전달하는 대리인으로, 피해자를 보호·감독하는 관계가 아니므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은 피해자 변호사 제도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피해자 보호책임을 방기한 채 업무를 했다는 방증"이라며 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비공개 재판을 받았던 A씨는 재판부의 실형 선고로 보석이 취소되고 구금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