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 막히자 언덕 기어오른 민주노총…원주 집회 강행

입력 2021-07-23 17:49
수정 2021-08-02 16:27

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거세지는 와중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수백여 명이 강원 원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려다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조합원은 경찰이 집회 장소를 통제하자 주변 언덕을 기어 올라 집회 장소에 진입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400여 명은 23일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제지하는 경찰과 장기간 대치했다. 민주노총은 이곳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장소를 정문 앞 8곳으로 나눠 한 장소에 99명씩 참여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인원은 총 792명이었다.


하지만 집회를 하루 앞둔 22일 원주시는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는 한편 집회는 1인 시위만 허용키로 했다. 대규모 집회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같은 이유로 민주노총에 집회 취소를 요청했다. 집회가 진행될 건보공단 인근 주민들도 집회 백지화를 요구하는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22일 원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3명으로 강원(62명)에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요청에도 민주노총 조합원 400여 명은 예정된 집회를 강행하기 위해 건보공단 본사 앞에 모였다. 경찰은 병력 1760명을 건보공단 주변에 배치해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출입구 주변을 버스로 둘러싼 뒤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주변 도로 곳곳에도 차벽을 꼼꼼히 세웠다.

주변 길목을 수시로 검문하며 집회 인력이 모이지 못하도록 했다. 경찰 통제가 심해지자 일부 조합원은 경찰 눈을 피해 건보공단 옆 언덕을 기어 올라 집회 장소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채 오후 4시께 종료됐다.


전해철 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엄중한 현 상황을 고려해 집회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고, 방역수칙에 반하는 금지된 집회를 강행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도 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강원경찰청과 원주경찰서 합동으로 17명 규모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를 강행한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신속,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