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거래가 교란 '71만건 중 12건'…이게 집값급등 주범인가

입력 2021-07-23 17:13
수정 2021-07-24 00:04
LH 땅투기 사태가 불거진 뒤인 지난 3월 말, 정부는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의욕적으로 발표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립해 ‘적발’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다만, 원(院) 출범 때까지 국토교통부에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꾸리기로 했다. 기획단은 바로 시장 4대 교란행위, 그중에서도 시세를 띄울 목적으로 아파트를 고가에 계약했다고 허위 신고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를 정조준했다. 그러고는 작년 2월 말부터 연말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 71만여 건의 등기부를 전부 뒤졌다.

문제는 기획단 인력 23명이 모두 달라붙어 5개월을 작업한 결과 치고는 성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그제 발표에서 허위신고나 자전거래(동일인이 매도·매수하는 거래)로 ‘의심’되는 건수는 12건에 불과했다. 죄질은 나쁘지만, 적발 건수가 의외로 적었다. 투기가 극심하다는 서울에선 한 건도 없었고, 모두 지방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실거래가 띄우기’가 심각한 시장 교란행위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정부가 ‘가상의 적’을 만들고 거기를 향해 ‘헛발질’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도 홍남기 부총리는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들을 최초로 적발했다”고 의기양양해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집값 급등을 몰고온 주범으로 낙인 찍기에는 의미 있는 숫자로 보기 어렵다. 발표하기도 무안한 숫자를 갖고 ‘실거래가 띄우기 세력이 실재했다’는 식의 대국민 여론전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

이 정부의 25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이란 게 이런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갭투자로 전국에 집을 수십, 수백 채 보유한 투기꾼이 문제일 수 있으나, 이를 확대해 다주택자들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몰아가고 세금·금융·청약 등 규제에 규제를 더했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에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게 합리적 해법인데, 투기세력의 가수요가 집값을 다 올려놨다는 프레임을 지키려고 그런 여론공세를 더한 것이다.

그 대가가 정책 불신으로 이어져 집값에 불을 지른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전국 주택 시가총액이 1716조원(43%) 불어난 점도 놀라운데, 7월 셋째 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9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0.36%)으로 올랐다. 폭염 이상으로 시장을 과열시켜 놓고, 정부는 이와 무관한 제3자인 양 국민에게 ‘상투 잡지 말라’며 연신 집값 하락 경고만 보낸다.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새로 만든다는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아전인수식 조사만 벌이고, 국민의 주택거래 감시도구로 전락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