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롯데 1조 인수 제안이 마지막 기회였나…상장 안갯속

입력 2021-07-23 12:15
수정 2021-07-23 15:12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국내 소셜커머스 기업 티몬이 결국 상장 계획을 접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운용사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또 한번 투자회수에 고배를 마셨다. 투자업계에선 2019년 롯데그룹의 1조원 인수 제안이 사실상 '마지막 투자금 회수 기회' 아니였냐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상장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IPO를 연기하자고 잠정 합의했다. 티몬은 지난 2월 하반기 IPO를 목표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305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국내 상장 가능성도 높아졌다. 티몬 내부에선 미국 시장 스팩(SPAC) 상장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액 13조원을 달성한 쿠팡과 달리 티몬은 지난해 매출 15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하는 등 격차가 벌어졌다. 상장을 담당했던 전인천 티몬 대표가 등기임원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15일 사임하면서 업계에서는 연말 상장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적만으로는 올해 상장이 어렵다는 것이 티몬 내부 경영진의 관점"이라고 전했다.

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티몬 대주주 입장에선 2019년 롯데와의 매각 협상에 이어 IPO까지 연기되며 투자 회수에 적신호가 켜졌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티몬의 매각 기회였던 롯데와의 협상 일화가 다시 회자되는 중이다. 당시 롯데 측은 티몬의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해 구체적인 세부 협상까지 돌입했다. 공동 투자자 중 한 곳인 KKR 측이 1조원 초반까지 협상 여지를 열어두면서 이견을 좁혀가고 있었지만, 다른 투자자인 앵커PE 측은 기업가치 기준 1조4000억원의 몸값을 고수해 롯데 측 제안을 거부하면서 거래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KKR과 앵커에쿼티는 2015년 그루폰으로부터 티몬 지분 59%를 약 380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당시 기업가치(EV) 기준으론 86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롯데와의 협상 시기엔 지분율을 98.4%까지 늘렸다. 롯데의 1조 제안을 받아들였을 경우, 투자 기한을 고려하면 PEF의 성공보수 취득 기준인 '내부수익률 8%'를 달성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전세계에 수백조원 규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KKR과 당시만해도 뚜렷한 투자 회수 성과가 없었던 앵커PE 간 티몬을 둔 의사결정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전평도 있다.

당시 롯데그룹 내에선 매각 측이 갑작스럽게 가격 제안을 높이자 신동빈 회장이 "사모펀드와는 일하지 말라" 격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거래에 정통한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롯데 측의 진정성이 떨어졌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매각 전후에도 KKR 측과 앵커PE 측이 경영 주도권을 번갈아 맡다 보니 임원진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티몬은 이번 IPO 무산 이후 라이브커머스 등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해 신성장동력을 갖추는 등 재정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달 영상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피키캐스트’의 운영사인 아트리즈를 인수하고 창업자인 장윤석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아트리즈가 운영하는 피키캐스트는 카드뉴스 형태의 가벼운 콘텐츠부터 모바일 예능, 드라마, 라이브 커머스를 제작한다.

차준호 / 윤아영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