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기업에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도 완화해 사업 전환을 도울 방침이다. 또 이 같은 기업의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놓인 근로자를 위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탄소중립, 공정거래법 특례 적용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22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업구조 재편·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에 다양한 규제 완화·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사업 재편과 전환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과잉공급 해소, 산업위기지역 위기극복 등 위기 상황에 있다고 인정받은 경우에 한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어려움이 없는 정상 기업이라도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 등을 추진하면서 향후 경쟁력 상실이 예상되는 산업 분야의 사업 재편과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을 위해 5000억원 규모 투·융자 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사업 재편을 하는 기업에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업 재편 승인 기업에 올해 1000억원 규모의 유동화회사보증(P-CBO보증)을 지원하고, 전용 연구개발(R&D) 제도 지원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500억원 규모 사업재편펀드도 조성해 사업 재편 승인 기업에 투자한다. 기존 사업 재편 기업에 주던 혜택도 제공한다.
탄소중립에 따른 사업 재편 승인 기업에는 기업활력법상 공정거래법 특례를 지원하기로 했다. 계열회사 주식소유 금지 등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행위제한 규제 적용을 3년간 유예하고, 상호·순환출자 규제 유예를 연장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다만 대기업 특혜 방지 차원에서 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이 신청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사전에 탄소중립 기술로 판정된 기술로 신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에만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업이 요청하는 경우 사업 재편 승인 심사 시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인가 심사를 병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업 전환 계획기간은 현행 2년에서 최대 5년으로 늘린다. 법인세 과세이연도 확대한다. 현재는 자산매각 대금을 채무 상환에 쓰는 경우에만 법인세 과세이연(4년 거치 3년 분할 익금산입) 혜택을 주는데, 신규 투자에 활용하는 경우에도 과세이연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車 업계 근로자 등 10만 명 재교육국내 산업구조가 저탄소·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인력 감축이 예상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 분야 근로자의 직무 전환을 위한 직업훈련도 적극 지원한다.
정부는 이 분야 종사자가 관련 신산업 분야인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의 직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대응 특화훈련’ 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재직자 수요 조사를 거쳐 훈련 과정을 개설하고 근로자의 훈련비 부담을 면제하는 등 2025년까지 10만 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분야 기업이 집중된 지역이 고용 위기를 겪지 않도록 상생형 일자리와 산업단지 대개조 등을 통해 친환경차와 신재생 에너지 분야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중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은 한국고용정보원에 ‘노동 전환 분석센터’를 설치해 업종별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일자리 감소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적으로 지원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및 탄소중립이 가속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이후 전혀 다른 미래로의 대변혁이 예상된다”며 “기업의 선제적 사업 전환을 돕고 공정한 노동 전환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