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여파' 중국, 뉴욕 IPO 제동에 홍콩거래소 몸값 급등

입력 2021-07-22 16:23
수정 2021-07-22 16:28


디디추싱 사태 이후 중국 기업들의 미국 상장 여건이 나빠지자 홍콩 주식시장이 활황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들이 미국 대신 홍콩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홍콩거래소(HKEX) 주가는 이달에만 14% 급등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 기업 상장을 미국에서 홍콩으로 바꾸기 위해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20여개 중국 기업이 올해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해 14억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에 들어가면서 상장에 제동이 걸렸다.

홍콩의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뉴욕 IPO를 계획했던 모든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홍콩은 상장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올해 상장을 원한다 해도 내년으로 미뤄지거나 아예 상장을 못할수도 있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34곳에 이른다. 이들이 조달한 금액은 124억 달러로 급등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IPO가 잇따르면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도 큰 수익을 올렸다. 이들이 중국 기업 상장을 돕고 받은 수수료만 올해 상반기 4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들이 미국 대신 선택하고 있는 홍콩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중국 정부의 통제를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절차는 홍콩이 미국보다 까다롭다. 투자은행들이 받는 수수료도 낮다. 미국에 상장하면 은행들의 수수료가 5~7%에 이르지만 홍콩은 2%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부르스 팡 중국 르네상스투자은행 연구소장은 "중국 기업들의 뉴욕 상장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들이 해외 상장 승인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상장이 급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대신 홍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HKEX의 몸값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HKEX는 올해 첫 외국인 CEO인 니콜라스 아구진을 임명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JP모간에서 근무해왔다. 아구진은 HKEX 내의 중국 기업 비중을 80%로 유지하면서 해외 기업 유치에도 힘쓸 계획이다. 10년 전만 해도 HKEX는 해외 명품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프라다, 샘소나이트 등 명품기업들이 잇따라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최근엔 이런 움직임이 끊겼다.

단기적으로 홍콩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HKEX의 한 임원은 "중국 당국의 규제가 지금은 기업을 향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투자자들로 향할 것"이라며 "중국 규제 당국이 자본 흐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