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식을…' 1만명에게 540억원 가로챈 사기꾼

입력 2021-07-22 14:11
수정 2021-07-22 14:28

사업 실체가 없는 회사의 ‘깡통주식’을 팔아 1만여명의 피해자에게 540억원대 사기를 친 회사 운영자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허위 재무제표로 우량 주식회사인 것처럼 꾸미고 다단계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진상범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74억5886여만원을 명령했다고 22일 밝혔다. 회사 대표이사 명의를 내세우며 김씨와 공모한 내연녀 이모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본부장 역할을 하며 조합원을 모집한 2명은 각각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2년과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8년 초부터 2019년 4월까지 조합법인을 주식회사로 변경할 예정으로 주식을 판다는 명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해당 조합법인은 영업은 물론 사업 실체가 전혀 없었고, 주식회사도 아니어서 실제 주식도 발행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판매한 주식은 깡통 주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특히 이들 회사는 향후 구체적인 수익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때문에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주식 가치를 상승시켜 수익을 실현할 의사와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운영자 김씨는 주식·인수합병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며 “부실한 상장회사를 인수·합병하고 회사를 우회상장해 주식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최대 10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김씨는 주식거래나 인수합병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다. 피해자들의 투자금 외에 별다른 수입 없이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돌려막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법무사 브로커를 통해 출자금액이 모두 소진된 유령 조합법인을 주식회사로 조직변경해 설립 등기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허위 재무제표를 구해 법무사 사무장에 전달한 브로커와 설립 등기 관련 신청 서류를 제출한 사무장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범행을 계속 이어나갔다. 구속된 상태에서도 동생을 통해 범죄수익을 은닉하려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재판부는 김씨의 동생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융질서 교란하며 다수의 피해자 양산해 사회적 해악이 큰 사기 범죄”라면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상식에 반하는 허황된 기망행위 속아 넘어가는 등 피해자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 피해액 중 94억원은 출근수당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반환되는 등 피해액 전체의 3분의 2는 이미 회복됐거나 회복될 예정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