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대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저렴하다'고 인식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서울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다주택자 세제 강화로 시장 전반에 매물이 마르고 있는 가운데 공급도 충분치 않아 당분간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19% 올랐다. 전주(0.15%)보다 상승 폭이 커져 0.2%대에 가까워졌다. 부동산 세제 강화, 자금 출처 조사,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가 쏟아졌던 2019년 12월16일(0.20%)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지역이나, 강남권 외곽 단지 위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도강의 매맷값 상승률이 가파르다. 노원구는 이번 주 0.35% 급등하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계동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쏟아졌다. 이 동네는 재건축 기대감이 높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상계주공4단지 전용 49㎡는 지난 17일 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기록한 신고가 6억6500만원보다 3500만원이 뛴 수준이다. 상계주공11단지 전용 49㎡는 지난 10일 7억3600만원에 손바뀜 해 종전 신고가인 7억 1500만원을 경신했다.
도봉구도 비슷하다. 도봉구 아파트 매맷값은 이번 주 0.27% 상승해 전주(0.18%)보다 0.09%포인트 증가했다. 강북구 역시 전주 0.12%에서 이번주 0.18%로 0.06%포인트 늘었다.
이들 지역에 아파트값이 무섭게 오르는 이유는 그나마 금액 측면에서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다. 이달부터 대출 규제가 완화돼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났는데, 최대 대출 금액이 4억원으로 한정돼 중저가 지역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노도강이 주목받는 이유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매를 문의한다"며 "그간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그나마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빠르게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매맷값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 0.18% 상승했다. 강남이 0.20%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일원동과 자곡동 등 외곽 지역 위주로 상승했다. 서초와 송파도 각각 0.18%, 강동이 0.16% 올랐다. 서초구는 반포동과 잠원동이, 송파구는 방이동과 가락동이, 강동구는 길동, 상일동이 뛰었다.
서울 집값이 뛰면서 경기와 인천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인천은 이번 주 0.46% 올랐다. 인천 집값을 이끄는 연수구가 0.59% 상승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호재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곳이 두드러졌다. 3기 신도시 청약 이슈가 있는 계양구(0.48%), 서울 아산병원 호재가 있는 청라국제도시 등 서구(0.45%)도 큰폭 상승했다.
경기도 안성시(0.89%)는 교통망 확충 기대감이 있는 금광면과 아양동 위주로, 안양 동안구(0.87%)는 정주여건이 좋은 평촌과 관양동이 상승했다. 5대 광역시(대전·대구·광주·부산·울산)도 0.20% 올랐다. 대전이 0.28% 광주가 0.22% 상승했다. 세종시는 0.05% 상승해 전주(-0.12%) 대비 상승세로 전환했다. 조치원읍 중소형 단지 위주로 상승하면서다.
전셋값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 0.15% 상승하면서 지난주(0.13%)보다 가팔라졌다. 서초구가 0.25% 상승세 가장 많이 올랐다. 서초구 반포 1·2·4주구 2200여가구는 지난달 이주를 시작했고, 오는 9월부터 반포 3주구 이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름방학 이사 수요가 있는 동네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양천구(0.24%)는 여름방학을 맞아 학군 수요가 있는 목동신시가지 위주로, 노원구(0.21%)는 교육 등 주거 환경이 양호한 상계동과 중계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구(0.14%)도 삼성동, 대치동 등 학군 수요가 있는 곳이 올랐다.
수도권 전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번 주 인천 아파트 전셋값은 0.35% 상승해 지난주(0.34%)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경기도 전셋값도 0.29% 뛰는 등 전세시장 불안이 여전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