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남학생 '은밀한' 이중생활…동갑내기 성매매 포주 노릇

입력 2021-07-21 18:14
수정 2021-07-21 18:17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웹드라마 '인간수업'의 불편한 내용이 현실에서 재현됐다. 20대 남성이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랜던채팅 앱 등을 이용해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매매 알선 방지 강의 수강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20)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9년 5월부터 10월까지 수십회에 걸쳐 미성년자 성매매를 알선하고 수익을 공유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같은 학교 친구인 B씨(20)와 함께 랜덤채팅 앱 등을 통해 성매수남을 찾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동갑내기 여성 C씨(20·여)에게 연결했다.

A씨와 B씨는 중학교 1학년 때 학원에서 만난 이후 서로의 부모님들도 알 정도로 친한 사이로, 성매매 알선 제안은 B씨가 먼저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성매수남을 찾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를 받고 이를 B씨에게 전달했고, B씨는 성매수남과 연락하고, 성매매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도와주는 등 역할을 나눠 맡았다.

이들의 범행은 방과 후부터 학원에 가기 전 1~2시간 사이에 이뤄졌다. A씨와 B씨는 오후 3~4시께 학교가 끝나면 서울 중랑구 인간의 PC방에서 앱으로 성매수남을 찾아 C씨에게 알선했고, C씨는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중랑구 인근으로 거처를 옮겨 성매매에 나섰다.

이들은 성매매 대가로 1회당 10~13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약 5개월간 이어진 범행을 통해 얻은 절반은 C씨가, 나머지는 A씨와 B씨가 다시 절반으로 나눠가졌다.

같은해 10월 내부 갈등으로 C씨는 A·B씨와 연락을 끊었고, A씨도 B씨에게 범행을 그만두겠다고 밝히며 이들의 관계는 종지부를 찍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는 B씨가 부를 때만 가서 1시간 정도 성매수남을 연결해줬기 때문에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에 해당한다"면서 "성매매 알선을 직업으로 한 것은 아니고 참고인으로 소환됐을 때부터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에게는 재범 의사가 없고 부모님도 그 누구보다 실망하고 질책하면서 A씨가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돌보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친구의 꾐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지만 어린 나이에 큰 실수를 저지른 A씨를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B씨는 A씨의 재판 이전 성매매 알선 혐의 등이 인정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챙긴 금액은 알선 행위에 따른 분배로 보기 어렵고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알선 행위를 업으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렇지만 A씨의 영업 행위는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알선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자체가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고, 대학교 면접 준비도 해야해서 제가 먼저 그만하겠다고 B씨에게 말했다"면서 "알선을 한 것이 후회되고 부모님께 실망스러운 모습,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