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 김경수 비밀대화가 결정적 증거

입력 2021-07-21 17:37
수정 2021-07-22 06:51


"킹크랩이라는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에 대해 들은 적도, 시연을 본 적도 없습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했다는 혐의에 위와 같이 적극적으로 부인해 왔으나 결국 21일 대법원서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피고인과 김 씨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해당 범행에 대해 본질적으로 기여한 기능적 행위지배도 존재하므로 공모공동정범으로서 댓글 조작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아 유죄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두 가지였는데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로 확정된 혐의는 ‘업무방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인터넷 기사 8만여 건에 달린 댓글 순위를 현 여권에 유리하게 조작하도록 드루킹 김 씨 일당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 쟁점과 관련해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은 못 봤다”고 주장해 왔다.



특검팀은 킹크랩을 개발한 우 모 씨가 김 지사가 사무실을 방문한 2016년 11월 9일 저녁 8시 무렵 여러 개의 아이디로 기사 댓글에 ‘공감’을 누른 사실을 발견해 증거로 내세웠고 법원은 특검팀의 손을 들어줬다.

김 지사가 여론 조작에 공모했다는 핵심 증거는 소셜미디어의 ‘비밀대화방’이었다.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정보 보고 형식으로 ‘킹크랩 완성도는 98%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지사는 이런 드루킹의 보고와 관련해 짤막하게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메신저로 기사 주소(URL)를 드루킹에게 보내고 “홍보해주세요”라고 말한 뒤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묻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김 지사가 드루킹에 보낸 뉴스 기사 URL은 총 11차례에 달한다. 그때마다 드루킹은 '처리하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라고 답변하고 경공모 텔레그램 방에 전달하며 댓글 작업을 지시한 점도 확인됐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선고와 관련해 "지난 대선이 드루킹의 어마어마한 댓글 조작으로 승부가 결정 난 여론 조작 대선이었음이 확정됐다"면서 "정권 출범의 정당성도 상실했고 지난 대선 때 김경수 지사는 문재인 후보의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김경수 지사의 상선(上線) 공범도 이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대선 여론 조작의 최대 피해자였던 저나 안철수 후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최소한의 조치로 사과는 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또한 김 지사 유죄 판결 확정에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윤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 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결국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여론 조작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민께서 ‘민의를 왜곡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참으로 유감이다. 할 말을 잃게 한다"고 했으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대법원의 판결이 몹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댓글 조작 사건의 결말이 '문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린 김 지사 교도소행으로 귀결되자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