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병국이었지만 지난해 전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한 국가입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에 18.3%의 두 자리 수 성장을 보였지만, 2분기에는 7.9%로 둔화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가 -6.3% 성장했고 2분기에는+3.2%로 증가세로 반전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2분기의 성장률 둔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둔화속도가 빠르다는 게 우려를 불렀습니다. 1~2분기 누계로 본 GDP성장률은 12.7%로 절대 수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2020년의 상황을 감안한 2년간 기하 평균으로 보면 중국 2분기 GDP는 5.52%로 중국의 추정 잠재성장률 5.7%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번 중국의 2분기 성장률 둔화에서 주목할 것은 청년실업, 소비둔화입니다. 중국은 전체 GDP의 63%를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공유경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영기업 중심의 서방 세계의 GDP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GDP 1% 부가가치가 얼마인 지보다 GDP 1%당 고용유발계수가 얼마인 지가 더 중요한 나라이고, 실제 정부 GDP 목표는 고용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GDP는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고용지표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매년 중국은 GDP 성장 목표를 발표할 때 반드시 취업자수 목표를 같이 발표합니다.
중국은 2분기에 16~24세 이하의 실업률이 15%를 넘었습니다. 사회전체 실업률은 5%대이지만 중·고·대학을 막 졸업하는 사회초년생들의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거죠. 중국은 금년에 거의 한국 대졸자의 18배에 달하는 907만명의 대학생이 졸업합니다. 먹물 실업자가 많아지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반정부 정서가 높아지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중국 정부는 고학력자의 실업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0년 소비가 주도가 된 내수중심성장을 천명하고 소위 대순환 쌍순환경제를 얘기했지만, 문제는 코로나19 때문에 소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기저효과가 있긴 했지만 1분기에 34% 성장했던 내수소비가 2분기에는 12%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중국은 철저한 코로나19방역으로 이동제한과 격리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소비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동계올림픽 앞두고 백신보급률 100% 넘긴 중국
전세계는 다시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재유행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동제한을 통한 방역이 문제가 아니라 백신접종을 통한 면역상태를 만들어 경제활동의 정상화를 누가 먼저 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역이 아니라 백신이 경제력이고 외교력이고 정부의 실력인 시대가 왔습니다.
중국은 2분기 경제 성장둔화에 대응해 코로나 대응전략을 철저한 방역에서 백신접종 확대로 수정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경제활동의 정상화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세계 10대 백신 중에서 4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백신보급률은 5월초까지만해도 19%대에 그쳤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적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백신 조기접종의 필요성이 낮았고, 국민들의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2022년 2월 북경 올림픽 앞둔 중국은 적어도 올림픽 개최 6개월 전까지 코로나 청정국 선포를 통한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백신접종에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중국은 5월 하순부터 하루 2000만명으로 백신접종자수를 늘리더니 드디어 7월16일에 14억명을 돌파해 1차 백신 접종률 100%를 넘겼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도쿄올림픽이 세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비상이 걸렸던 겁니다.
미중의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후 14년만에 올림픽을 열게 됐습니다. 변화된 중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고 이미지 개선에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중국은 미중의 무역전쟁에 이은 기술전쟁에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중국의 4차산업혁명 첨단기술의 홍보관으로 쓸 작정입니다.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입장권, 로보트를 이용한 일상 생활 서비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전기버스, 디지털위안화(DCEP)를 사용한 현금이 필요없는 'Cashless소비' 등의 서비스를 올림픽에 참가한 전세계 선수와 임원진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서비스하면서 후진 기술짝퉁의 나라 중국의 이미지를 벗기고 미국에 버금가는 4차산업혁명 기술국가로 중국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하반기 추가지준 인하 등 내수경기 진작 전망코로나19의 재확산이 미국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실물경제에는 공포로 다가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시장에는 긴축에 대한 안도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미국을 선두로 한 테이퍼링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금융시장은 사상 최고치 주가경신 후 주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가장 경기회복이 빠른 중국부터 경기회복 속도가 떨어지자 오히려 안도랠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일 뿐이고, 실물경기의 회복없는 금융의 랠리는 버블만 키웁니다. 지금 소비부진으로 모든 것이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과도한 유동성 방출이 금융과 부동산에만 몰려 자산가격 급등을 만들고 버블을 키우고 있습니다
결국 실물경기의 회복과 세상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 상품이 버블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중국,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방역에 성공했지만 철저한 방역이 내수경기 활성화에 독이 되고 고용에 치명타가 됐습니다.
중국은 7월에 바로 하반기의 경기둔화에 대응해 0.5%포인트의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를 실시했습니다. 이는 GDP의 1%대에 달하는 1조위안의 자금살포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4개월째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간 경기회복이 가장 빨랐기 때문에 미국보다 먼저 긴축의 위협에 노출되었던 중국 증시도 안도하는 모습입니다.
중국은 하반기에 경기하강 속도가 5.7%대의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조짐이 보이면 추가 지준인하와 자동차, 가전 등의 내수산업에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기술봉쇄에 맞서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 붇는 주요산업의 기술 국산화는 더 가속화할 전망도 나옵니다.
하반기 중국경제는 코로나 백신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건입니다. 또 미중의 기술전쟁에서 아이러니지만 미국의 압박에 기술 국산화정책에 수혜를 보는 업종과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배터리·희토류·바이오동맹으로 중국을 포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중국의 희토류·반도체·배터리 업종의 주가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보다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국산화 지원정책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