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 과도"vs"적정 가치"…불거지는 지주사 저평가 논란

입력 2021-07-21 15:48
수정 2021-07-22 02:25

지주사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NAV)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주사도 늘고 있다. 순자산가치란 지주사의 영업 가치에 상장·비상장 자회사 지분 가치를 모두 더한 것을 말한다. 자회사 주가가 올라 지분 가치가 상승했지만 지주회사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라 발생한 현상이다.

이를 두고 성장 사업을 직접 하는 자회사에 투자 심리가 쏠리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고 적극적 투자를 하는 지주사의 할인율이 지나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주도주 없는 박스권 장세에서 ‘싸고 좋은 주식’을 찾는 분위기가 확산하면 지주사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60%대 올라선 지주사 할인율
2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SK LG 롯데 CJ 한화 두산 등 6개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시가총액 할인율 평균은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지분 가치의 절반도 지주사 시총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1년 전(34.6%) 대비 16.4%포인트 높아졌다. 강세장에선 지주사 주가도 따라서 오르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난해부턴 그 공식도 깨졌다.

할인율이 60%를 넘어선 지주사도 많다. 한화의 할인율은 63.2%, LG와 두산은 각각 62.9%, 62.7%에 달했다. 이 외에 SK 44.6%, CJ 44.1%, 롯데는 32.1%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지주사 할인’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해외와 달리 국내 지주사는 상장한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은 자회사 유튜브를 상장하지 않았다. 모회사 알파벳만 상장사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와 모회사의 이익 가치가 ‘더블 카운팅’ 되기 때문에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 지주사 주가는 할인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20~40%를 오가던 할인율이 최근 크게 높아진 이유는 작년부터 증시를 주도하는 주체가 개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은 지주사보다는 직접 사업하는 회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투자=간접투자’로 여기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뻗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9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신설법인을 세우면서 주가가 70만원대에서 60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한 데 이어 올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임박하자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도 보고서를 계기로 하루 만에 시총 4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1일엔 배터리사업 부문 분할 소식에 SK이노베이션이 9% 가까이 급락했다. “IPO 모멘텀·투자형 지주사 찾아라”가치투자자들은 현재 할인율이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지주사는 최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같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에서 자유롭다. 지주사만의 장점이 있음에도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한 상태라는 것이다. 경영 결정권과 사업 인큐베이팅 능력을 쥐고 있다는 프리미엄도 있다.

뚜렷한 주도주 없는 ‘박스피’가 지속되는 최근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싼 주식을 찾아나서기 시작하면 지주사가 눈에 들어올 거라는 게 가치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지금이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지주사 할인율은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며 “지주사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할인율이 평균으로 회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관리형 지주사보다는 투자형 지주사, 기업공개(IPO)를 앞둔 비상장 자회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지주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PO 이후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IPO 전까진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를 확률이 높다.

SK가 대표적이다. 최근 배터리와 반도체, 그린에너지, 바이오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SK리츠를 시작으로 SK팜테코, SK실트론, SK에코플랜트 등이 IPO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수익을 통한 특별 배당도 노릴 수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