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27)는 최근 친구 생일이 돌아올 때면 증권사의 금융상품권을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3만원 미만으로 부담도 없는 데다 흔한 선물도 아니라서다. A씨는 "요즘 주식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증권사 상품권을 자주 선물한다"며 "주식 상품권이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흔하지 않다 보니 '힙한(느낌있는)' 선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곳이 발행한 금융상품권은 약 2645억원어치 팔려나갔다. 금융상품권은 지난해 3월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4개사가 카카오톡이나 11번가 등을 통해 판매 중이다. 원래 금융상품권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판매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 10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 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금융상품권은 특히 MZ세대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체 금융상품권 판매량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판매량 기준)은 60%로 압도적이다. 직장인 B씨(38)는 "최근 직장 동료로부터 일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1만원권 금융상품권을 받았다"며 "주식하는 사람으로선 이보다 실용적인 선물이 없다"고 언급했다. 평소 가볍게 주고받을 선물로 주식상품권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세대가 찾다 보니 소액권에 대한 인기가 높다. 신한금융투자는 업계에서 가장 적은 금액인 4100원권(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판매 중인데, 전체 발행 상품권 중 4100원권 판매비중이 54.8%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금융상품권에 대한 수요가 늘자 증권사는 앞다퉈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금융상품권을 통해 고객을 늘릴 수 있어 적극적이다. 선물받은 주식상품권은 해당 증권사의 주식 계좌를 터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품권 판매가 증가할 수록 고객이 늘어나는 구조다.
기존에 존재하던 주식 대체서비스를 다루기 쉽게 손 본 뒤 선물하기 시스템으로 내놓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이 이미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고 이달에는 토스증권, 대신증권 등 두 곳이 가세했다. 토스증권은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내놓은 지(15일 출시)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1만3000여건의 주식선물이 이뤄졌다. 해당 증권사들의 경우 자신이 보유한 주식만 선물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 주식을 3주 산 뒤 주식이 계좌에 입고되면 그 주식을 지인의 계좌로 보내는 식이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선물 받는 사람의 SMS로 주식 선물이 왔다는 메세지가 오고, 메세지를 받은 사람은 계좌를 튼 뒤 확인버튼만 누르면 주식이 입고된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토스증권 이용자의 90%가 2040인데 이들은 모바일을 활용한 선물하기 문화에 익숙한 세대"라며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주식투자인구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