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은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IB(투자은행) 강자’로 꼽힌다. SK바이오팜, 하이브(옛 빅히트),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대어급 상장을 주관하며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지난해 ‘메자닌 최대어’인 현대로템 전환사채와 대한항공, HDC현대산업개발 유상증자를 주관한 데 이어 올해는 한화시스템, 하이브 등의 유상증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등의 회사채 발행을 담당했다. IB 수익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3855억원의 수익을 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4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판매 성과 대신 ‘과정가치’로 평가NH투자증권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2019년부터 WM(자산관리)사업부에 ‘과정 가치’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이었다. 업계 최초로 영업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수익 지표를 완전히 배제했다.
일률적인 판매 성과 대신 고객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부터 고객이 얼마나 만족했는지까지 ‘과정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 체제를 개편했다. 정 사장은 “과정가치의 핵심은 고객과 영업직원 사이의 신뢰를 쌓기 위한 것”이라며 “결과만 보면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에 만족했는지를 알 수 없지만, 과정을 보면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 만족했는지를 알 수 있고,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NH투자증권 플랫폼의 장기적인 고객이 된다”고 설명했다.
과정가치 평가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위탁매매 수수료에 편중된 수익구조도 다변화됐다. 펀드, 신탁 및 해외 채권,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 금융 상품 수익이 늘어났다. 지점운용형 랩어카운트 상품인 NH크리에이터 어카운트랩의 총 가입금액은 최근 2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 최초로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하고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수는 올해 2분기 기준 약 20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NH투자증권 전체 영업이익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78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7600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IB 전문성을 WM으로 확장IB 역량을 활용해 수익성 있는 딜을 발굴하고, 이를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으로 구조화해 WM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NH투자증권의 강점이다. IB가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 고객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이 상품에 투자하면서 IB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증권업계 고객군은 초고액자산가와 디지털 고객으로 양분되는 추세다. 초고액자산가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어블루본부는 올해 30년 경력의 ‘1세대 PB’ 이재경 전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프리미어블루본부는 금융 자산이 30억원 이상인 고객 1000여 명에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오너 고객들이 많은 만큼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M&A)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B 리그 커미티(IB League Committee)’를 구성해 원하는 서비스를 발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고객 자산 규모 3배 증가M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 등을 통해 유입되는 비대면 고객에게 체계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WM 디지털사업부도 신설했다. 평균 10년 이상의 PB 경력을 가진 50여 명의 자산관리전문가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관리센터도 만들었다. 이들 전문가는 장중 실시간으로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6만 건에 달하는 투자 상담 신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MTS 나무는 사용자경험(UX) 최적화를 무기로 인기를 끌고있다. 리테일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키움증권의 영웅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나무의 고객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31조5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말(11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나무의 하루평균 주식 거래 약정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1조원) 대비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정 사장은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MZ세대로 30년 만에 주식 시장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며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디지털 자산관리 시대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