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위기 속 화합을 택했다.
현대차 노사는 20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제17차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위기감에 공감하고 상생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주식 5주, 20만 포인트(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의 노조 요구 내용은 빠졌다. 사측이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노조 요구에 대해선 수용 불가 원칙을 고수하면서다.
다만 노사는 이날 교섭에서 그간 임단협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전기차 생산 등 국내 공장·연구소를 중심으로 미래 신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용안정 확보를 위한 노조 측 요구가 반영된 셈이다.
노사는 또 내연기관차 고수익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국내 공장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투자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PT) 부문 고용안정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 규제, 생산방식, 사업성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국내 공장에서 양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산업변화 대비 직무 전환 교육, 임금체계 개선 등 전동화 연계 공정 전환 방안도 계속 논의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복지환경 역시 개선한다. 노사는 울산공장 노후 기숙사를 재개발하고 초과 연장근로 수당, 학자금 대출 지원 프로그램 등 일반·연구직 처우도 개선키로 했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 협력사 상생 지원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현대차 부품 협력사 경영난 해소를 위해 '상생 특별보증', '동반성장 펀드' 등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하기로 했다. '미래성장 상생펀드', '2, 3차사 전용 펀드' 등을 통해 부품사들의 유동성 위기에도 대응한다.
노조는 오는 27일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합의안 관련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합의안이 노조 조합원 과반 동의로 가결되면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대전환기에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노사가 합심해 재해 예방과 품질 경쟁력을 높여 미래 모빌리티 시대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