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날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0일 10여 분 동안의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자신이 창업한 민간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에 탑승해 인류 최초로 카르만 라인(고도 100㎞)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에 이어 베이조스까지 우주인이 되는 데 성공하면서 우주여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평가다. 100㎞ 올라간 베이조스 “굉장했다”블루오리진은 이날 오전 9시10분(한국시간 오후 10시10분)께 미국 텍사스주 반혼에서 뉴 셰퍼드를 발사했다. 뉴 셰퍼드의 추진체와 분리된 유인 캡슐이 해발고도 107㎞에 도달하며 카르만 라인을 넘어 우주에 도달했고 베이조스를 비롯한 탑승자 4명은 무중력에 가까운 극미중력 상태를 3~4분간 경험했다. 이들은 캡슐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창문을 통해 우주와 지구를 조망한 뒤 10여 분간 비행을 마치고 귀환했다. 베이조스는 캡슐 안에서 “최고의 날(best day ever)”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승한 82세 여성 월리 펑크에게 “굉장했다(incredible)”고 말했고 펑크는 동의했다.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이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성공을 자축했다.
민간인 최초의 우주여행자라는 기록에서는 베이조스가 브랜슨에게 밀렸다. 미국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52주년에 맞춰 우주로 떠나겠다고 베이조스가 선언하자 브랜슨의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이 일정을 앞당겨 지난 11일 먼저 우주비행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오리진은 ‘인류의 최초 비행(First human flight)’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이번 비행이 진정한 ‘1호’임을 강조했다. 이유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카르만 라인에 있다. 국제항공연맹(FAI)은 카르만 라인을 넘어서는 지점부터가 우주라고 규정하고 있다. 카르만 라인 아래에서는 일반 비행기도 날 수 있다. 브랜슨이 세운 최고 비행고도 기록은 88.5㎞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준(고도 80㎞)을 넘기기는 했지만 카르만 라인에는 닿지 못했다. 이 때문에 블루오리진은 카르만 라인을 돌파한 이번이 진정한 첫 번째 민간 우주여행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조종사가 탑승한 버진갤럭틱 사례와는 달리 블루오리진은 조종사가 없는 자동 제어를 도입했다.
베이조스는 2000년 블루오리진을 세워 매년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씩 투자해 왔다. 그는 올초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서 퇴임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블루오리진 등에 전념하겠다고 말할 만큼 우주에 애착을 보여 왔다. 우주여행 원년 맞은 인류올해는 민간 우주여행의 원년이 될 예정이다. 블루오리진은 올해 두 차례 민간 우주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9~10월 중 예정하고 있으며 상품 가격은 미확정이다. 블루오리진은 로켓을 재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주여행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버진갤럭틱은 민간 우주관광 상품 가격을 25만달러(약 2억8700만원)로 정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세운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올해 말 민간인을 태운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머스크는 버진갤럭틱의 우주관광 상품을 예약하기도 했다. 미 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우주관광 시장 규모가 1조달러(약 115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베이조스와 함께한 탑승자들도 기록 보유자가 됐다. 1960년대 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에서 1등을 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결국 탈락했던 펑크는 역대 최고령 우주인이 됐다. 경매에서 탑승권을 산 아버지를 대신해 우주여행에 나선 18세 예비 대학생 올리버 데이먼은 최연소 기록을 차지하게 됐다. 이들 외에 베이조스의 동생인 마크 베이조스도 동승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