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왕좌왕 혼돈의 K방역, 사과 한마디로 넘길 생각 마라

입력 2021-07-20 17:29
수정 2021-07-21 08:04
코로나19 방역대책이 당국의 우왕좌왕, 오락가락 대처로 총체적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파병 함대에서 전체 승조원 중 82%(247명)가 감염되는 재앙적 사태가 발생했고, 백신 예약시스템은 ‘먹통’이 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델타 변이 환자가 폭증하는데 백신 접종 일정은 줄줄이 연기돼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게 정부가 세계적인 모범이라고 그토록 자랑해온 K방역의 실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장병의 집단감염은 부실방역의 전형이다. 함정 특성상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데도 출항 5개월 넘도록 방치됐다. 석 달 전 고준봉함에서 38명이 확진됐을 때 국방부 장관은 함정 장병들을 최우선 접종하겠다고 해놓고 손 놓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임무 중 전원 퇴각하는 것도 치욕인데, 은밀해야 할 후송작전을 홍보하기 바쁘니 이런 군이 있나 싶다. 이 와중에 군 당국과 질병관리청이 ‘네 탓’이라며 책임 돌리기에 급급한 것도 볼썽사납다.

어제와 그제 50∼54세 백신 접종 예약사이트가 또 먹통이 된 것도 어이가 없다. 벌써 여섯 번째다. IT강국이란 나라에서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검사와 예약 때마다 국민 줄세우기 하는 후진적 행정은 직무유기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모더나 백신 수급 차질로 50대 접종에 화이자를 추가하고, 이미 1~2주가량 연기된 접종 일정이 다시 늦어지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모더나 백신의 구체적인 수급 시기와 물량을 밝히지 않고 있어 백신 공백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청해부대 감염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다”고 했고, 국방부 장관은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 한마디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온갖 고통을 감수하고 방역에 협조한 국민은 울분에 차 있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이 “제발 살려달라”며 촛불시위에 나서겠다고 할까.

방역 일선의 의료진은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혹사당하고 있는데 정부 컨트롤타워는 이토록 엉망인 상태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방역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고 책임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4차 대유행에다, 군 함정에서 재앙이 발생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토록 요구할 명분이 없다. 엉터리 방역 지침을 정해 놓고 감염 확산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식도 곤란하다. 국민 협조를 구하려면 정부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