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에 전국 대부분 지역의 폭염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자가 잇따르는 등 역대급 폭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일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행안부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폭염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순이다. 경계는 전국 40% 지역에서 하루 최고 기온 33도 이상이 사흘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적용된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34도 이상이었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은 한때 36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은 브리핑을 열어 “오는 30일까지 전국 낮 최고 기온이 30~36도에 이를 것”이라며 “길게는 다음달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이번 폭염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면서 발생한 ‘열돔 현상’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열돔 현상은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뜨거운 공기층을 돔처럼 가둬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 발생한다. 미국 캐나다 서부 지역도 열돔 현상이 나타나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45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6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온열질환 341명, 사망 0명)보다 약 1.3배 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하루 중 기온이 크게 올라가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했다. 18일엔 돼지 74마리가 폐사하는 등 축산농가들은 올해 폭염으로 돼지 닭 등 17만 마리의 피해를 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 폭염 일수는 14일로, 과거 48년(1973~2020년) 평균보다 3.9일 늘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난화 영향으로 폭염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폭염 위기경보에 따라 오후 2~4시 선별진료소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지은/양길성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