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앱 장터에서 자사 결제방식(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를 막는 방안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법제화될 전망이다. 국회가 20일 관련 법안을 사실상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구글이 매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나온 조치다. 반(反)구글 정서가 상당한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마련될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 통과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참석하지 않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이 법안을 처리했다. 구글 갑질방지법은 이날 오전 열린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여당 단독으로 통과돼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당초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했던 법안이다. 하지만 이후 야당은 검토할 내용이 많은 법안이라며 법안 심사를 거부해왔다.
구글 갑질방지법은 앱 장터 사업자가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구글뿐만 아니라 애플 원스토어 등 모든 앱 장터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구글이 지난해 인앱결제 방식을 2021년부터 디지털 콘텐츠에도 강제하겠다고 밝혔고, 국내 앱 개발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정치권이 개입해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적용해 앱 내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지금은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달 구글 갑질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여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앞서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확대를 둘러싼 국내외 반발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적용 시점을 두 번이나 연기하고 적용 대상 기업도 축소했다.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추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구글의 앱 수수료가 과도하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잠재우진 못했다. 구글, 매년 수조원 수수료 챙겨구글이 인앱결제 확대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단순하다. 돈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의뢰로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국내 매출은 5조47억원에 달한다. 30%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약 1조5014억원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를 확대할 경우 국내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4분기 적용 기준)이 15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 갑질방지법 시행으로 구글은 연간 추가 기대 수익 6000억원가량을 잃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국내 앱 사업자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앱 개발사들은 구글과 애플, 원스토어 등 앱 장터 사업자에 총 2조원 넘는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 수수료 부담이 1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동안 의무적으로 30% 수수료를 적용받은 유일한 업계인 모바일 게임사의 수익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웹툰산업협회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확대될 경우 국내 콘텐츠산업의 연매출 감소 규모가 2025년 5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내 입법 성과가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 주와 워싱턴DC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