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만든 우주개발 회사의 로켓을 타고 우주관광에 나선다. 베이조스와 함께 3명의 민간인이 타게 될 이 로켓이 발사에 성공하면 인류 역사상 '첫 민간 상업 우주여행'으로 기록된다.로켓 타고 '우주경계선' 지상 100km까지 비행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를 비롯한 4명은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 텍사스 서부 벤혼에서 북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발사기지에서 블루 오리진이 만든 로켓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여행을 한다. 블루 오리진은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민간 우주탐사 기업이다.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는 지상 75km 지점에서 캡슐이 로켓에서 분리돼 100km 떨어진 '카르만 라인(우주의 끝)'까지 올라간다. 약 3분간 무중력 공간을 지난 뒤 캡슐이 자유 낙하로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낙하산을 통해 서부 텍사스 사막에 안착할 예정이다. 발사된 순간부터 낙하산 착수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1분 정도. 실제 이들의 '우주구경'은 몇 분 정도가 된다.
앞서 지난 11일 우주관광에 나섰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탑승한 우주선 '유니티'는 대형 항공기에 실려 이륙한 뒤 엔진을 점화해 상공 86km까지 올라갔다. 블루 오리진은 유니티가 국제항공연맹(FAI)이 우주경계선으로 정한 고도 100km까지 도달하지 못한 데다 조종사를 비롯한 버진그룹 직원들만 로켓에 탑승, 진정한 의미의 '민간 우주관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조종사가 없는 뉴셰퍼드에는 베이조스와 그의 동생 마크 베이조스,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에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인으로 선발되지 못한 82세의 월리 펑크, 18세 물리학과 학생 올리버 대먼이 탄다. 이 가운데 대먼은 블루 오리진의 첫 유료 고객이다."베이조스, 우주관광·개발로 20년내 1100조 매출 목표"투자업계는 향후 우주관광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주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증권사 UBS는 우주여행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10년 안에 우주산업 규모가 총 230억달러(약 26조4000억원)로 커지고, 그중 우주관광은 연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를 인용해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은 단순 우주관광을 넘어 일상적으로 달과 소행성을 오가는 자원 채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우주관광 산업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그의 목표는 2050년까지 1조달러(약 110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우주사업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우주여행 티켓값은 벌써부터 화제다. 뉴셰퍼드에 탑승할 대먼은 본래 경매에서 남은 한 자리를 2800만달러(약 320억원)에 낙찰받은 익명의 자산가가 일정상 이유로 자리를 포기하면서 기회가 주어졌다. 대먼이 이 자리를 위해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밥 스미스 블루 오리진 대표는 2019년 인터뷰에서 "비용은 1인당 수십만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브랜슨 회장의 우주여행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버진 갤럭틱은 이미 사전 예약을 받아 고객 600여명을 대상으로 최대 25만달러(2억8000만원)에 우주 관광 티켓을 팔았다. 원래 이 티켓값은 20만달러였다. 올해 몇 차례 시험 비행을 더 완료한 뒤 내년부터 상업용 우주관광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자산운용사 AB번스타인은 버진 갤럭틱이 상업용 우주 관광을 시작하면 탑승객 1명당 40만∼50만달러(4억5000만∼5억7000만원)에 티켓 판매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도 민간인들로만 이루어진 우주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인스퍼레이션4'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올해 4분기에 미국의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 등 4명의 민간인 승무원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탑승해 지구 540km 상공의 궤도에 다녀온다는 내용이다. 크루 드래건은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기지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