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과 '전면전' 벌이는 美 빅테크 기업들 [실리콘밸리 나우]

입력 2021-07-27 17:28
수정 2021-08-25 00:01

지난 6월28일 페이스북 주가가 사상 최고가(336.95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150조원)를 돌파했다. 반 년 간 페이스북을 괴롭혔던 '반(反)독점 소송' 1차전에서 승리한 영향이 컸다. 소송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주 검찰은 "SNS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페이스북을 강제로 분할시켜 시장지배력을 약화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1차적으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FTC의 제소가 '법적으로 불충분'하다"며 기각했다. FTC와 검찰이 페이스북의 위법에 대한 증거 없이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뜻이다.

열흘 만에 미국 행정부의 반격이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난 9일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행정부에 "기업 간 경쟁을 확대하고 독과점 관행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빅테크기업들의 M&A를 깐깐하게 심사하는 동시에 과거의 잘못딘 M&A는 없던 일로 되돌리고, 소비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깐깐하게 심사하고, 자사 검색 플랫폼, 쇼핑몰 등을 활용해 자사 제품,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것을 막으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경쟁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며 정면으로 빅테크기업들을 강력 비판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에 대한 공세는 '전면전' 수준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 경쟁(공정거래)정책 담당 보좌관에 빅테크에 비판적인 팀 우 컬럼비아 법대 교수를 임명한 이후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바이든의 행보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을까. 세금 때문에 미운털...이제는 '반독점법'으로 압박 1차적 원인으론 미국 정부로부터 빅테크기업들이 '미운털'이 박힌 영향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산층 복원', '일자리 창출', '자국 산업 육성' 등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행정부는 각 종 인센티브 등을 앞세워 자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려고 한다. 일자리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법인세다.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두둑하게 걷어 국민들에게 풀어야하기 때문이다.

빅테크기업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조세피난처나 아일랜드와 같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두고 세금 덜 냈다는 게 미국 정부의 불만이다. 미국이 전 세계적인 법인세 최저세율을 올리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는 이유다. 각 국의 최저세율이 올라가면 빅테크기업을 포함한 다국적기업이 굳이 조세피난처나 아일랜드 같은 국가에 법인을 세울 필요성이 감소한다.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선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적어도 '15%'로 두기로 했다. 세계 130개국도 이달 초 이같은 정책에 합의했다.

빅테크기업들의 힘이 너무 커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각자의 주력 시장에서 독점을 기록했거나 독점을 향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빅테크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끊임없이 "빅테크들이 경쟁을 회피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해 작은 회사들을 M&A하고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앞세워 경쟁업체를 고사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소비자 데이터를 자사 이익을 위해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특혜를 준다고 주장한다.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01~2020년 구글의 본업 관련 M&A는 81건이었는데 신규사업 관련 건수는 187건이었다. 애플은 본업관련 27건, 신규사업 96건의 M&A를 진행했고 페이스북은 본업 28건, 신규사업 77건, 아마존은 본업 40건, 신규사업 71건의 몸집 불리기를 단행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선 "비대하게 힘이 커진 빅테크들을 견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6월에도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들은 4개 빅테크기업에 대한 독과점 상황 조사하기 시작했다. 1년 뒤인 2020년 6월 빅테크들이 불공정행위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훼손하고 소비자권익, 언론자유,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당이 정권에 이어 상·하원까지 장악하게되자 입법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플랫폼독점종식법' 등 4개 법안이 통과됐다. 빅테크기업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쟁사에 작은 불이익도 줄 수 없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미 법무부 및 연방거래위원회가 나서 해당 기업들을 강제분할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선 △스탠다드오일을 38개 기업으로 분할(1911년) △아메리칸타바코를 3개 기업으로 분할(1911)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를 3개 기업으로 분할(1945) △AT&T를 8개 기업으로 분할(1982) 등 독점 기업들을 '강제 분할'의 공포에 떨게 했던 1980년대 중반 이전의 '반(反)독점법'의 위세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美 정부 "혁신의 상징이었던 빅테크들이 혁신의 장애물이 됐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빅테크기업을 반(反)경쟁적이라고 몰아 붙이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독점 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정당하게 경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 경쟁업체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회피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는 것이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2012년 4월 1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FTC는 페이스북이 SNS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경쟁하지 않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2월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경쟁자를 제거해 경쟁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FTC는 페이스북의 합병 전략에 대해 "사거나 묻어버리거나(buy or bury) 전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두 번째는 부당한 방법으로 획득한 독점 지위, 즉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불공정한 방법으로 경쟁했다는 것이다. 빅테크들이 '약탈적 가격'을 책정해 경쟁업체들을 억압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경쟁업체의 싹을 자르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도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아마존의 사례를 보자. 2005년 설립된 쿼드시(Quidsi)는 유아용품 전문 쇼핑몰 '다이어퍼스닷컴'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마존은 쿼드시 인수를 시도했지만 쿼드시 경영진은 거절했다. 이에 아마존은 '아마존 맘' 서비스를 런칭하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에게 '3개월 간 무료 기저귀 증정' 등의 행사를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경쟁당국은 아마존 조사를 통해 "한 달에 2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할인행사를 진행하라"는 아마존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아마존의 가격 할인 공세를 버티지 못한 쿼드시는 2010년 아마존에 5억4500만달러에 합병됐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뉴스레터 서비스인 '불레틴'을 출시했다. 불레틴은 작가들이 유료 또는 무료 뉴스레터를 구독자들의 메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뉴스레터 포스트를 페이스북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출시를 기념해 '비용 무료'를 내걸었다. 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서브스택'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서브스택은 유료 뉴스레터 구독 수익에 대해 10%의 수수료를 청구하고 있다. 이밖에 구글도 약탈적 가격 정책에서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2015년 구글은 '구글 포토'를 출시하고 '무제한 무료 저장'을 내걸었다. 경쟁자들이 사라지자 구글은 2020년부터 스토리지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자사 제품·서비스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혹도 있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구글이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자사 검색엔진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하도록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요청했다"며 법원에 구조적 해소책을 요청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경쟁사의 검색시장 진입을 막은 혐의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쇼핑몰)에서 자사제품인 '아마존 베이식'을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하고 입점업체들에 "다른 쇼핑몰에서 아마존 가격보다 더 싸게 팔지 말라"고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5월 워싱턴DC 검찰은 이같은 혐의로 아마존을 기소했다. 칼 러신 워싱턴DC 검찰청장은 "아마존이 소매업자가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거래를 하는 것을 차단했다"며 "이는 소비자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기업들이 소바자들의 비공개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광고 매출 등을 늘리고 있다는 것도 빅테크들이 공격 받는 포인트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0년대 빅테크기업들이 산업의 주류로 떠오른 이후부터 불공정한 방법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거칠게는 '빅테크기업들이 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빅테크기업들이 경쟁업체의 등장을 인위적으로 막으며 '혁신'의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독점기업을 규제하는 법, 반(反)독점(anti trust)법을 강화해 빅테크기업의 독점을 막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독점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독점의 폐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할 게 있다. '독점'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독점을 활용해 경쟁을 억제하는 게 불법이다.
기자 역시 5~6년 전까지만해도 독점이란 단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봤던 게 사실이다. 2015~2017년 한국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출입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 만났던 공정위 고위 관료들은 기자에게 "독점은 나쁜 게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름에 '공정'이 붙은 정부 부처의 고위 관료들이 독점을 변호하는 모습이 다소 어색했다.
공정위 관료들의 논리는 이랬다.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소비자들의 선택→소비자 편익 상승→선택 받은 기업의 시장 점유율 상승→독점 상태'로 진행됐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거쳤고 소비자들의 편익이 늘었다는 점에서 독점 기업을 인정하고 독려해야한다는 얘기도 했다. 또 공정위 같은 경쟁당국의 역할은 소비자 편익이 커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논리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 이후 현재까지 약 40년 간 FTC 같은 미국 경쟁당국에도 흐르고 있다. 시카고학파가 경제학계의 주류로 떠오른 영향이 컸다. 작은정부, 완전한 시장경제 등을 중시하는 시카고학파 학자들은 "독점은 나쁜 게 아니다", "독점은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시카고학파의 이론 세례를 받은 엘리트들이 FTC 같은 정부 기관에 진출하면서 이 같은 경향은 강화됐다. 한국 공정위 관료들도 미국 유학 등을 통해 이 같은 이론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현장에 적용했다. 독점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지 여부'가 금과옥조였다.
물론 독점의 폐해가 없는 건 아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의 한경 기고를 통해 '독점기업은 경쟁자를 멀찌감치 떨어트려 놓은 덕분에 예전처럼 빠른 속도로 혁신하거나 투자하지 않는다. 시장지배력이 지나치면 혁신과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썼다.
혁신성이 떨어진 독점기업은 계속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다. 혁신을 게을리한 독점 기업은 힘을 잃게된다. 시장, 즉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게 되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
독점 기업의 '시장지배력(독점력) 남용'이라고 불리는 행위들에 대해선 경쟁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의 가격 등을 현저하게 상승시키거나 근소하게 하락하는 행위'(가격남용), '정당한 이유없이 최근의 추세에 비춰 상품 또는 용역의 공급량을 현저히 감소시키거나 유통단계에서 공급 부족에도 용역의 공급량을 감소시키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는 공정위, FTC 같은 경쟁당국이 나서 기업에 철퇴를 들게된다.
빅테크 규제 '행동대장'에 아마존 저격수 기용미국 행정부는 우선 '행동대장' 격인 FTC 위원장 등 경쟁당국 수장들을 빅테크와 척을 지고 있는 경쟁법 전문가로 임명하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난 6월 FTC 위원장으로 임명된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32)가 대표적이다. 칸 위원장은 로스쿨 재학 시절부터 빅테크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유명했다. 특히 아마존을 콕 집어 비판해 '아마존 저격수'로도 불린다.

칸 위원장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는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물건을 값 싸게 판다는 이유,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빅테크기업들을 규제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을 잠식하고 플랫폼을 독식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칸 위원장이 논문에서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아마존은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거나 M&A해 독점기업이 됐다. 그 다음 아마존은 중소기업과 소매 상인들을 플랫폼 위에서만 활동하도록 종속시켰다. 이 때 들어간 비용을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전적으로 떠넘기지 않았다. 소비자가격은 경쟁상태보다 약간만 올릴 뿐이었다. 대신 공급업체를 압박해 공급 비용을 낮춤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기록 중이다. 그는 아마존을 19세기말~ 20세기초 독점적 철도망 사업자들에 비유했다. 칸은 "수천 개의 유통사와 독립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선 아마존이 깔아놓은 철도망을 따라가야 하고, 결과적으로 최대의 경쟁자에 종속되는 결과에 직면했다"고 썼다.

그는 2018년 뉴욕타임스에 "소비자로서, 이용자로서 우리는 테크 기업을 사랑한다. 하지만 시민으로서, 노동자로서, 기업가로서 우리는 그들의 힘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며 "그들의 지배력을 평가하고 지적하는 새로운 틀과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하원 법사위원회 고문으로 일하면서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을 비판하는 449페이지짜리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빅테크기업이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FTC가 페이스북을 조사하며 내건 혐의와 유사하다. 이 보고서는 하원이 IT 기업에 대한 규제 패키지 법안을 내놓는 근거가 됐다. 칸 위원장은 내정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불공정하고 기만적인 관행으로부터 소비자, 노동자, 정직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FTC가 만들어졌다”며 “임무를 지켜 가겠다”고 했다. 빅테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엔 칸 위원장의 동료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임명했다. 우 보좌관은 대만계 법학자로 지난해말 저서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를 통해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일부 빅테크기업에 엄청난 부와 사적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거대함의 저주'라고 부르며0 비판했다. 20세기 초중반까지 반독점법을 통해서 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평등을 막고자 했던 노력이 21세기 빅테크기업들 때문에 허사로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당시 우 보좌관 기용에 대해 백악관은 "거대 ICT기업과 해당 기업의 경영진에 의한 힘의 남용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라고 평가했었다.
우 보좌관은 '망 중립성' 개념을 만들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통신사업자가 온라인 상의 모든 콘텐츠와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망 중립성' 관련 개념은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에도 포함됐다. 우 보좌관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모두 소비자 후생이 증가했다면 독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시카고 학파의 '행태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1980년대 이전 유행했던 구조주의, 즉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담합과 같은 반경쟁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시장구조에 '직접 규제'를 가하는 구조적 해소책을 선호는 쪽에 가깝다. 빅테크의 독과점 폐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비자 후생 기준을 재해석하거나 구조주의로 회귀하자는 의견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美 의회는 규제 법안 입법...아마존과 애플은 자체상품 판매 불가능할 수도앞서 언급한 미국 의회의 법안 내용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빅테크를 꽁꽁 묶어놓는 법안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법안의 적용 대상은 시가총액 6000억달러 이상, 월 활성 이용자 5000만명 이상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현재 기준으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4곳이 해당된다.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이 가장 강력한 법안으로 평가된다.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법안에서 지정하는 플랫폼 사업자(사실상 빅테크 기업)가 플랫폼 '운영' 이외에 해당 플랫폼을 통해 '재화·용역을 판매하는 행위'를 불법적 이해상충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사업 부문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지분 25% 미만을 보유하도록 제한한다. 만일 해당 규정을 위반해 불법적 이해상충이 발생할 경우 미국 법무부 또는 FTC는 기업을 분할하거나 해당 사업부를 강제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업계에선 자사 플랫폼을 운영하는 동시에 해당 플랫폼을 통해 각각 재화를 판매하는 애플과 아마존이 특히 해당 법안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자체 제작상품인 ‘아마존 베이직'을 판매 중이다. 애플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자사 플랫폼인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게 한다.

두번째 법안은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이다. 빅테크기업이 상업 또는 상업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종사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잠재적 경쟁사업자 인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다만 지정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인수 거래가 경쟁 제한적이지 않다는 점을 증거를 통해 입증할 경우 예외적으로 인수를 허용한다. 앞서 언급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 등을 방지하려는 법안이다.

세번째 법안은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이다. 빅테크기업이 플랫폼 내에서 자사제품에 특혜를 제공하거나 경쟁사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이 검색 결과에 자사 서비스나 제품을 먼저 나오게 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규정 위반 시 민사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연방거래위원회 또는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은 보상, 계약 파기 및 개정, 환불, 재산 반환, 부당이득 환수 등을 부과할 수 있다.

네번째 법안은 '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이다. 주요 내용은 빅테크기업들이 개인정보보호와 보안 외의 목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 활용, 공유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정부가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 강력 반발빅테크들의 반발도 거세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추진 중인 규제들이 현실화하면 빅테크들은 주요 수익원을 잃거나 점유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이 검색 서비스에서 유튜브를 상단에 노출 못 시키거나, 아마존이 '아마존 베이직' 같은 자체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된다. '기업분할' 같은 강력한 규제가 시작되면 예컨대 페이스북이 3개 기업쯤으로 공중분해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FTC가 과거 M&A를 거론하며 조사를 시작하자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독과점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간 M&A는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2012년과 2014년 페이스북이 각각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FTC는 '승인' 결정을 내렸다. 제니퍼 뉴스테드 페이스북 법무자문위원은 "FTC가 제출한 53쪽에 달하는 소장에서는 그들이 몇 년 전 인수를 승인해줬다는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승인 번복을 시도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에 어떤 거래도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은 FTC 심사 당시 "두 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페이스북이 사용자정보를 수집하거나 통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사용자가 급증하자 전략을 바꿔 인스타그램에 페이스북의 광고 모델을 적용했다, 또 왓츠앱의 약관을 개정해 페이스북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유했다. EU의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는 "인수 심사 때 개인데이터 공유 계획이 포함되지 않아 합병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다"며 1억2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또 페이스북은 또 지금도 SNS 시장에서 틱톡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당시 규모가 작았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해 오늘날 많은 소비자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빅테크기업에 대한 규제가 결국 소비자 편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빅테크기업은 무형자산 투자를 확대해 시장지배적 위치를 차지했고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후에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혁신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美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규제 현황 및 파급영향'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구글의 순수입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세계 1위, 애플은 5위, 페이스북은 7위다. 미국 내 특허 출원권수에서 빅테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5%에서 2020년 3.4%로 증가했다. 페이튼트사이트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혁신성' 특허 점수는 알파벳 4위, 마이크로소프트 8위, 애플 14위, 아마존 26위, 페이스북 81위 등에 올라 있다. 한국은행은 "시장지배력 약화에만 치중한 규제는 거대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플랫폼산업의 사업 모델을 훼손시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빅테크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는 네트워크 효과(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수요자가 느끼는 상품·서비스의 이용가치가 증가하는 것)가 작아져 소비자 후생 증대를 제약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광고 노출 시스템을 도입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에 대한 비과금 정책은 유지될 수 있었다. 만약 빅테크기업의 M&A를 막고 기업을 분할하거나 사업을 매각하게하면 '이용자 네트워크 해체', '축적된 데이터 분산' 등으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치열한 전쟁 예고 빅테크들은 정부와 의회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론 전을 시작했다. CEO가 직접 뛸 정도다. 팀 쿡 애플 CEO가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주요 의원들에게 "반독점법은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을 처벌하는 법이고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며 "아이폰에서 구동하는 서비스를 못하게 해서 결국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직접 호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로비에도 적극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2분기 로비자금으로 164만달러를 지출했다. 1분기 대비 12.3% 증가한 금액이다. 아마존의 로비자금은 468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1.3% 늘었다. 페이스북은 1분기와 비슷한 477만달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209만달러를 썼다. 전 분기 대비 해선 22.3%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론 23.7%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로비자금 증가 추세는 빅테크기업들이 정치적인 규제의 위험에 처해있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빅테크기업들은 정부 규제의 공정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 아마존이 최근 영화사 MGM M&A 계약과 관련해 리나 칸 FTC 위원장의 기피 신청을 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평소 아마존 저격수로 불렸던 칸 위원장이 아마존의 M&A에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앖다는 주장이다.
FTC가 반독점법 위반 관련 재기소 여부를 심사 중인 페이스북 역시 칸 위원장에 대해 지난 15일 기피 신청을 냈다. 지난달 28일 연방법원이 FTC의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법률적 근거 부족'으로 기각했지만 FTC가 30일 이내에 다시 페이스북을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역시 아마존처럼 "빅테크 기업을 비판해온 칸 위원장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소송이 기각되면서 자존심을 구겼던 미 행정부는 최근 반격에 나섰다. 백악관은 지난 20일 FTC와 함께 기업 조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지명했다. 캔터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 FTC 경쟁국 변호사로 일하다 민간으로 옮겨 반독점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구글에 맞서 마이크로소프트(MS), 옐프 등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맡으면서 ‘구글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캔터가 상원의 인준을 거쳐 반독점 국장에 임명되면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11개 주와 함께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지휘한다. 법무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휴대폰이 출시될 때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해 검색엔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법무부가 애플의 독점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FTC는 애플 군기잡기를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FTC는 지난 23일 일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의 수리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애플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애플은 그 동안 자사 제품 수리를 공식 지정업체에서만 받을 수 있게 했다. 만일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수리하거나 사설 수리점을 이용할 경우 보증기간을 무효화했다. 제품 보안 상의 이유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애플 등의 관행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FTC가 후속 조치에 나선 것이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날 "제품 수리 제한 조치로 소비자 비용부담이 늘고 혁신이 저해되며 독립적인 수리점의 사업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행정부, 의회와 빅테크 기업 간 전면전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 집권당인 민주당이 거대 기업의 독과점으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경제 철학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는 자유경쟁을 중시하는 공화당과 온도차가 있다. 민주당은 반독점법 조항을 바꿔 소비자 후생 침해 요건을 빅테크기업 쪽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들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규제가 통과되면 빅테크기업들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빅테크기업 때문에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다수라서 무턱대고 빅테크를 '소비자의 적'으로 돌리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 측면에선 빅테크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규제 통과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하원 법사위를 통과한 빅테크 규제 법안들은 본회의와 상원도 통과해야하는데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에 2~3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과반(총 430석 중 218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률(100석 중 50석)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기업들의 의뢰를 받은 로비스트들은 이에 따라 민주당의 중도적 성향을 가진 의원들과 빅테크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가 지역구인 의원들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구 의원들은 최근 "독점금지법 조정에는 찬성하지만 법안의 일부 내용이 급진적”,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일부를 해체하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등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최근엔 미 행정부와 빅테크 간 감정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부진한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의 탓을 한 영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고 페이스북은 "백악관은 백신 목표를 놓친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