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낸스 시대…MZ세대가 금융판 흔든다

입력 2021-07-19 17:45
수정 2021-07-20 01:17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지난달 1671만 명에 달했다. 출범 4년 만에 국민은행 이용자(3200만 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초고속 성장이다. 카뱅 고객의 65%는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다음달 초 상장하는 카뱅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공모가 기준으로 15조~18조원이다.

토스 가입자는 2000만 명,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100만 명이다. MZ세대에 특화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해 3개월 만에 300만 명을 모았다. 지난달 인터넷은행(토스뱅크) 본인가를 받은 뒤 기업가치는 단숨에 3조원에서 8조원으로 뛰었다. 관련시리즈 A3면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금융플랫폼업체 3~4개가 데카콘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도 10조원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이들 ‘빅4’의 기업가치는 50조원을 훌쩍 웃돈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시총 합계 62조원에 버금간다.

디지털 활용에 익숙하고 플랫폼에서의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가 금융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MZ세대는 아직 자산과 소득이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로 주식과 암호화폐 상승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2030세대 가계대출 잔액은 1년간 44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88조1600억원)의 50.7%를 인구의 35%가량인 MZ세대가 차지했다. 미래 고객을 넘어 이미 금융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전통 금융사들은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조직·문화와 경영 전략, 상품과 서비스 등의 전면 개편이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종횡무진하는 Z세대가 이끄는 ‘자이낸스(Z+finance)’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종(異種) 간 합종연횡(Zigzag) 등을 통해 새로운 기반(Zero Base)에서 금융산업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다.

“MZ세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윤종규 KB금융 회장), “MZ세대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이끄는 주축이다”(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2030세대 직원으로부터 ‘역멘토링’을 받고 있다. MZ세대에 선택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